<거 산 호(居山好)>
산에 가 살래.
팥밭을 일궈 곡식도 심우고
질그릇이나 구워 먹고
가끔, 날씨 청명하면 동해에 나가
물고기 몇 놈 데리고 오고
작록(爵綠)도 싫으니 산에 가 살래.
<옹 손 지(饔손志)>
해 뜨면
굴 속에서
기어나와
노닐고,
매양 나물죽 한 보시기
싸래기밥 두어 술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다.
남루(襤樓)를 벗어
바위에 빨아 널고
발가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등솔기에 햇살을 쪼이다.
해지면
굴 안으로
기어들어
쉬나니.
<석상(石像)의 노래>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대 가신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다보면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하염없어라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눈썹 기슭에 번지는 불꽃 피눈물 들어 어룽진 동정 그리운 사연 아뢰려 하여 벙어리 가슴 쥐어뜯어도 혓바늘일래 말을 잃었다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다시 일어나 열리지 않는 말문이련가 하늘 우러러 돌이 되었다
*어룽진: 얼룩진.
*행이나 연의 구분이 없으며, 구두점까지도 완전히 생략한 산문시이다.
이 작품은 김관식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너무나 사무치는 그리움,갈망 때문에 돌이 되어 버린다는 내용을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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