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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인 인생행로 바꾼 명저들

바보처럼1 2007. 7. 20. 18:41

48인 인생행로 바꾼 명저들

레이프 에스퀴스는 24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의 빈민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호바트 불르바 초등학교는 90%가 극빈층이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전원이 무료급식으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교사가 되기 전 레이프가 가장 좋아한 책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었다. 인종차별과 폭력, 위선으로 가득찬 사회를 따돌리듯 달아나며 펼치는 여정이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교사가 된 그에게 허크는 정답이 되지 못했다. 허크식 해법은 교실에서 절대로 달아나서는 안 되는 그에게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가 권하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펼쳐들었다. 이미 몇 차례 읽었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흑인 남자를 통해 정의를 되찾는 스토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변호사 애티커스는 사건을 수임하고 아이들이 “이길 것 같아요?”라고 묻자 조용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애티커스는 떠나지 않고 법정으로 걸어들어가 투쟁한다. 책을 읽던 레이프는 자신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에게는 교실이 바로 법정이었다. 좋은 교사란 포기하지 않는 교사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잭 캔필드, 게이 헨드릭스 지음, 손정숙 옮김, 리더스북 펴냄)에 실려있는 이야기이다. 레이프가 교육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돌파구를 찾아가는 과정은 한국의 평범한 교사들과 다르지 않다.

‘내 인생…’의 집필에 참여한 48명은 나름대로 미국에서는 배우·작가·변호사·경영자·환경운동가·방송인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게다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좋은 책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듯이,‘앵무새 죽이기’ 같은 책들이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명저라고 강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존재는 책이 아니라 독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스스로 깨닫고 실행하는 것만이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1만 3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기사일자 : 2007-07-20    22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