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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에서

바보처럼1 2007. 8. 18. 13:12
버스안에서

* 아가씨

오늘도 이 버스는 콩나물 시루다.

늘 그렇듯이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등 뒤의 중년남자가 자꾸 몸을 기댄다. 나만한 딸이 있을 지긋한 나이인데, 과연 그러고 싶은지 해도 너무한다.

* 중년남자

역시 서울의 버스는 정말 좋다.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나를 매일 회춘하게 한다. 늘 그렇듯이 신문으로 손을 숨기고 앞의 아가씨 몸에 슬쩍 기대봤다. 풍겨오는 향수냄새가 나의 말초신경까지 자극한다. 넌 죽었다… 흐~

* 아가씨

중년남자의 손이 느껴졌다. 점점 더 노골적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른발을 있는 대로 쳐들었다. 그러곤 중년남자의 발등을 찍었다. 있는 힘껏… 아프겠다.

* 중년남자

아가씨가 내 발등을 찍는 걸 눈치채고 다리를 피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옆의 학생이 괴성을 지른다. 아가씨가 잘못 찍은 거다.

* 얼떨결에 찍힌 대학생

간밤에도 나를 성추행범으로 알고 어떤 여자가 내 발을 찍었다. 그런데 오늘도 재수없게 또 찍혔다. 아가씨에게 마구 따졌더니 무안해하여 어쩔줄 몰라한다.

* 아가씨

잘못 찍었다. 간밤에도 잘못해 어떤 학생의 발등을 찍었는데… 미안했다. 중년남자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 손으로 둔부를 더듬는다.

* 아가씨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면서 중년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정말 재수없게 생겼다.

* 중년남자

아가씨가 내렸다. 아, 좋았는데… 아까웠다.

* 아가씨

새로 발령받은 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하고 상사에게 인사하러 갔다. 상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먼산만 보고 있었다. 유리창에 반사된 상사를 보니 아까 그 중년남자였다.

* 중년남자

미치겠다. 내가 치근댄 아가씨가 우리 회사에 오다니… 무조건 안면몰수했다.

기사 게재 일자 200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