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물이 되어 흐른 사내

바보처럼1 2007. 10. 15. 21:22
 

물이 되어 흐른 사내

               조 병 준

 

 

전동차가 서울역 지하를 빠져나왔을 때

언제나처럼 실내등의 절반이 꺼졌을 때

한 사내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지 않고

승객들은 한 발씩 물러섰다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울고 있었다

서둘러 옆칸으로 옮겨가는 승객도 있었다

전동차가 한강을 건널 때

울던 사내 출입문으로 흘러갔다

소리 내지 않고

 

―신작시집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샨티)에서

 

 

▲1960년 출생

▲1992년 ‘세계의 문학’에 시 ‘평화의 잠’으로 등단

▲산문집 ‘나눔 나눔 나눔’,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따뜻한 슬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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