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의 이유있는 도전, 빛 발하나?’
김택진(41) 엔씨소프트 사장의 새로운 도전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사내 조직인 오픈마루스튜디오를 통해서다. 이는 인터넷서비스개발팀. 지난 일년동안 쏟아낸 실험적인 서비스가 최근들어 부쩍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리니지 신화’로 게임업계 간판스타가 된 김 사장이 인터넷사업에서 펼칠 새로운 승부수도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오픈마루스튜디오는 사장 직속 조직. 그런만큼 김 사장의 강한 의지도 담겨있다. 지난 2005년말부터 우수한 개발자를 하나둘 모으며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다.
주로 선보이는 인터넷서비스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들. 대부분 웹2.0 개방형 서비스다.
처녀작은 ‘마이아이디넷’.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인터넷 여권’으로 불리는 오픈아이디다. 해외에서 널리 퍼진 오픈아이디를 국내에 처음 소개, 보급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있다.
‘구글 닥스’에 도전장을 낸 웹문서 ‘스프링노트’도 지난해말, 영문서비스를 시작, 해외에도 진출했다. 올초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레몬펜은 인지도를 높인 일등공신. 인터넷사이트 아무데나 형광펜처럼 쭉 긋고 메모할 수 있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으며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열린 ‘웹2.0 엑스포’에서 이름도 널리 알렸다. 올해 목표는 서비스의 대중화다.
김 사장의 ‘실험’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무모한 시도라는 우려와 의미있는 웹사업다각화란 기대가 반반인 것.
그의 도전에 대한 궁금증은 회사 태생을 살펴보면 반쯤 풀린다.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는 본디 소프트웨어개발업체. 김사장 역시 ‘아래아한글’ 개발 주역이다. 그는 일찍이 웹사업에 눈을 떴다. 회사비전은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세상’. 엔씨소프트의 탄생은 인터넷이란 토양에서 이뤄졌다. 신사업으로 택한 게임은 그 연장선상이었다. 이 회사를 내내 관통해 온 정체성은 바로 인터넷기업이었던 것.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마련된 자본과 브랜드파워로 인터넷기업으로서 본연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창업자의 오랜 ‘로망’이기도 하다. 오픈마루스튜디오는 그 초석이다.
김 사장은 폐쇄적인 국내 인터넷환경을 뒤흔들 전기도 만들어볼 작정이다. 그는 지난해말 서울대 강연에서 “대형 포털의 닫힌 서비스로 인해 인터넷이 열린 생태계로서 모두에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의 비즈니스 목적에 종속, 왜곡되고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현재 인터넷시장은 네이버, 싸이월드의 성공 이후 커다란 모멘텀이 없어, 그 어느때보다 패러다임 전환이 목마른 상황.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에 따르면 “지난 4년동안 한국의 톱 30사이트에 새로 등장한 곳은 티스토리와 판도라 TV, 단 두 곳”뿐이다.
고정관념을 깬 서비스로 국내 인터넷생태계에 새 지평을 열겠다는 김 사장의 야심찬 도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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