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바다

바보처럼1 2008. 4. 3. 15:07
  • 바다

    김 윤 식

    속초 포구는 항시 동해물로 푸르게 씻어 두라.
    오징어도 통째로 널어 두라.
    배경에서는 한 번 더 메밀꽃이 피게 하라.
    누가 거기 있으면
    그에게
    창망한 바다처럼 말을 걸고 싶다.
    바람 부는
    속초 포구는 그냥 검푸른 동해가 되게 하라.
    삶도 죽음도 파도가 되게 하라.
    집어등(集魚燈)처럼 밤을 밝히게 하라.
    아우성치는 오징어 떼와 함께
    마침내 동쪽으로만 흘러가게 하라.

    ―신작시집 ‘청어의 저녁’(시정시학)에서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북어·2’ ‘옥탑방으로 이사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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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1.05 (토) 10:14, 최종수정 2008.01.05 (토)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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