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아우슈비츠 이후

바보처럼1 2008. 4. 3. 15:13
[시의 뜨락]
아우슈비츠 이후

최명란

아우슈비츠를 다녀온
이후에도 나는 밥을 먹었다
깡마른 육체의 무더기를 떠올리면서도
횟집을 서성이며 생선의 살을 파먹었고
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
녹 같은 연애를 했다
역사와 정치와 사랑과 관계없이
이 지상엔 사람이 없다
하늘엔 해도 없다 달도 없다
모든 신앙도 장난이다

―신작시집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에서
▲1963년 진주 출생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동시집 ‘하늘천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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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2.22 (금) 21:37, 최종수정 2008.02.22 (금)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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