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어떤 쓸쓸한 생의
바보처럼1
2008. 4. 3. 15:15
[시의 뜨락]
- 어떤 쓸쓸한 생의
전 동 균
홍제역에서 깜박
잠들었다 눈 뜨니 과천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몇 차례 문이 열리고 닫혔을 뿐인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다가 뚝, 끊어진다
사람들이 유령처럼 사라져간
어두운 지하도 저편에서
두두 두두두……야생의 말들이 커브를 돌며
내달리는 소리 들리고
큰물 지듯
거친 물소리가 쏟아진다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무덤 같은 과천역,
지하도 밖 세상은 아침일까 저녁일까
천국일까 폐허일까
나는 어떤 쓸쓸한 생의
부장품일까
―신작 시집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
▲1962년 경주 출생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등
- 기사입력 2008.03.15 (토) 10:47, 최종수정 2008.03.15 (토)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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