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빈집

바보처럼1 2008. 4. 20. 13:31
  • 빈집

    윤 제 림

    울타리에 호박꽃 피었고
    사립문 거적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안 갔다는 표시였다.
    옛날엔.

    그런 날이면,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대청마루에 누웠다 가곤 했다.

    뒤꼍에 말나리 피었고
    방문 창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갔다는 표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표시다.
    지금은.

    오늘 아침엔, 억수장마를 따라온
    황톳물이 사흘을 묵고 떠났다.

    ―신작시집 ‘그는 걸어서온다’(문학동네)에서
    ▲1987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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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4.19 (토) 11:08, 최종수정 2008.04.19 (토)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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