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의 비전문가가 한 말이지만 제대로 정곡을 찌른 말이다. 영어의 어순은 ‘앞결론형’으로, 결론을 문장 앞부분에 먼저 말하고, 그 뒤에 보충설명을 이어 나간다. 반면 우리말은 어떤 결정적인 동작이 있게 된 이유나 배경, 방법 등을 먼저 죽 설명해 나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결론을 내리는 ‘뒷결론형’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얘기를 듣고 있는 도중에는 그 뜻을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말하기’를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문장을 다 만든 뒤에 말하려 하지 말고 ‘누가 무엇을 했다.’ 또는 ‘무엇이 어떠하다.’부터 말한 뒤에 보충설명을 붙여나가라.”라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요령 같지만 그 식으로 말을 하면 신기할 정도로 영어가 술술 풀려 나온다.
자, 그럼 아래의 문장을 영어로 말해 보자.
“나는 어제 오후 점심식사 후에 여동생과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갔다.”
어떻게 말을 시작하면 될까? 말을 시작할 때는 ‘누가 무엇을 했다.’부터 하라고 했으니까 “I went”라고 시작하면 된다. 결론을 말했으면 그 다음엔 그에 대한 보충설명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 그 순서는 정철선생의 발명품 ‘기자회견식 어순감각’을 익히면 간단히 해결된다.
즉,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순서대로 문장이 전개된다.“나는 갔다.”라고 하면 기자들은 당연히 “어디에 갔을까?”라는 것이 궁금해지고, 그 대답을 듣고 나면 또 궁금한 것을 묻고, 이런 순서로 문장이 계속된다.
이런 식으로 먼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면 기자들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거기에 답하면 또 질문하고 하는 식으로, 질문과 대답이 꼬리를 물고 진행된다. 영어 문장의 전개를 보면 영락없이 이 순서를 닮았다.
이를 나열하면,“I went to a market by bus with my sister after lunch yesterday afternoon.”
어떤가? 너무 쉽지 않은가? 영어를 말할 때는 이렇게 먼저 “누가 무엇을 했다.”는 결론부터 말하고 난 뒤에, 듣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말부터 보충개념을 붙여나가면 된다. 그저 자연스럽게, 듣는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순서를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