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곰플레이어’ (주)그래텍 배인식 사장

바보처럼1 2008. 6. 6. 19:46

[비즈피플]‘곰플레이어’ (주)그래텍 배인식 사장

2007 08/07   뉴스메이커 736호

동영상 재생기 토종SW의 ‘신화’

“기자님 곰플레이어 사용하고 계시죠?”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은 만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자사제품을 쓰는지 물어보았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가 몰래 야동을 볼 때 어떤 제품으로 동영상을 봤는지 아세요? 곰발바닥이 찍힌 곰플레이어예요.” 토종 동영상재생기 ‘곰플레이어’와 인터넷TV 서비스인 곰TV로 잘 알려진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은 예상대로 톡톡 튀는 신세대 CEO의 전형이었다. “제가 컴퓨터에 미쳐서 지낸 지 2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앞의 10년은 ‘골통사이코’ 소리를 들어왔는데 뒤의 10년은 갑자기 한국경제를 이끌 주체가 되어 있더라구요.” 학창시절 배 사장은 어중간한 학교 성적에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영재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지극히 평범했던 그가 1986년에 대학(국민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한 후 가입한 전국대학생컴퓨터연합써클(UNICOSA)은 인생항로를 바꿔버렸다. 이 동아리에는 비범한 천재들이 즐비했다. 비록 각 학교에선 ‘컴퓨터에 미친 또라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배 사장은 아버지에게 40만 원을 받아 당시 용산에서 유통됐던 48K 애플 복사본 컴퓨터를 구입했다. 컴퓨터를 사자마자 학교 동아리방에 가져온 그는 1주일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컴퓨터를 붙들고 살았다. 군대를 제대할 무렵 한 선배에게 전해들은 얘기는 배 사장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전략을 짜고 있는데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때 배 사장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UNICOSA 회원들을 한곳에 모아 마음껏 놀게 해주는 마당을 만들면 어떨까? 배 사장이 제안한 이 발칙한 생각은 삼성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3일 만에 ‘수용’을 결정했다. ‘삼성S/W멤버십’은 그렇게 탄생했다. 80여 명으로 출발한, ‘선동열 방어율대(1할대)의 학점과 학과공부는 뒷전인 컴퓨터에만 미친 외인부대’는 조직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끼와 근성 그리고 창조적 발상이 각종 소프트웨어, 게임의 개발의 밑천이 됐다.

삼성계열사에서 멤버십 출신이라면 서로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아는 게임업계의 CEO들이 이 멤버십 출신이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삼성은 1994년도에 ‘끼 있는 젊은이를 찾습니다’라는 광고카피를 제작하기도 했다. 과거처럼 공부만 잘하고 조직생할에 잘 적응하는 사람보다 다소 엉뚱하지만 ‘끼 넘치는’ 젊은이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멤버십을 운영하는 업무를 맡은 후 전략기획실에 발령을 받는다. 전략기획실에서 배 사장은 또 다른 기회를 맞는다. 당시 삼성에서 배 사장에게 게임사업에 대한 무제한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당시 주임이던 배 사장에게 게임사업에 대한 기획, 개발, 외부계약, 마케팅, 홍보, 유통 등 전권을 준 것. 비록 예산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배 사장의 역량을 높이 산 것이다. “혼자 기획하고 개발하고 용산재래시장에도 나가 유통도 하면서 그야말로 맘껏 뛰어놀았죠.” 하지만 소프트웨어나 게임을 개발해도 내부 사인(협의)을 받는 데는 ‘틀에 박힌 14개의 도장’이 필요했다. “결재를 받는 데 두 달이 걸리더군요. 결국 아무리 개방적인 조직문화여도 조직 내 절차는 어쩔 수 없더군요.” 배 사장은 결국 대리로 진급을 하던 날에 사표를 제출했다. ‘넥타이 매고 폼잡는’ 깔끔한 대기업 사원은 애초에 배 사장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1999년 배 사장은 포털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멀티미디어재생기 ‘곰플레이어’를 내놓았다. “멀티미디어가 인터넷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접점을 웹 대신 곰(GOM)이라는 소프트웨어로 풀어간 거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곰플레이어는 사용자의 가려운 부분을 그때그때 해결해주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약 1억 건, 1일 다운로드는 35~40만 건, 1일 이용자 수 평균 국내 500만 건, 해외버전 100만 건을 기록하는 국민소프트웨어가 된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WMP(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의 점유율을 앞질러 토종 소프트웨어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곰TV’ 역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꿈꾸는 배 사장의 역작이다. “TV보다 컴퓨터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참여’와 ‘공유’를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때문에 방대한 콘텐츠와 사용자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인터렉티브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10년은 ‘꼴통’으로 10년은 ‘한국경제의 인터넷IT 선두주자’로 달려온 배 사장에게 앞으로의 10년이 어떤 시기로 자리 잡을지 궁금하다.

<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