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물음표가 걷고 있다
바보처럼1
2008. 6. 30. 14:38
- 물음표가 걷고 있다
정 용 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팡이가 걷고 있다
꼬부라진 등에 오던 길을 구겨 넣고
노인을 끌고 지팡이가 길을 간다
마른가지에서 바람은 쉬이 흩어지고
얼굴에 낯선 꽃을 피울 때면
잎사귀들이 열리고 닫히면서
메마른 웃음소리 흙냄새로 사라지고
헐거워진 관절마다 신음소리 발자국으로 찍힐 때
저승에서 보내오는 다리하나
화두를 던지듯
마침표가 없는 물음표다
점 하나. 어디에 잃어버리고 온 것일까
먼 길 오면서 빛과 어둠사이, 아니면
인연과 인연사이 그 언덕 어디쯤
마침표를 찾아서
길을 지우고 또 지우면서
물음표에 한 생애가 매달려 걷고 있다
―신작시집 ‘바깥에 갇히다’(천년의시작)에서
▲충북 충주 출생
▲200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
- 기사입력 2008.06.07 (토) 13:31, 최종수정 2008.06.07 (토)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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