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 포인트-④안성 풍산개마을

바보처럼1 2008. 7. 7. 22:35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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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풍산개 테마공원’ 마을경제 이끌어
1부.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 포인트-④안성 풍산개마을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한국전력 안성지점 직원들이 지난 18일 1사1촌 결연마을인 경기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풍산개마을을 찾아 배나무에 종이봉투를 씌우는 작업을 돕고 있다. 안성 = 임정현기자
“이 마을에는 여느 농촌체험마을과 다른 특별한 게 있습니다. 바로 동물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지난 18일 경기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풍산개마을. 김용근(53)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가 풍산개 800여마리를 기르는 마을 이장 이기운(52)씨 집을 찾아가며 이같이 말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두달된 강아지 3마리가 재롱을 떨고 있다. 풍산개다. 김 교수가 강아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이 강아지들을 깨끗이 목욕시켜 아이들 앞에 내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즐거워하겠습니까.”

풍산개마을이라는 이름은 지난 2005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씨가 마을에 퍼뜨린 풍산개를 특화시켜 마을의 주 소득원으로 삼기 위해서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성장 전망은 뚜렷하다. 각종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내년부터 풍산개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김 교수, 이씨와 함께 마을 한쪽에서 진행되는 ‘풍산개 테마공원’ 건설 현장을 찾았다. 개썰매를 탈 수 있도록 설계된 트랙을 중심으로 하는 테마공원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테마공원 건설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테마공원이 완성되면 전국 개썰매 대회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입니다. 벌써부터 각종 동호회 등에서 언제부터 찾아갈 수 있는지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여기에 전문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으며 풍산개를 마을 전략 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농협 시범마을로 지정되면서 지원금 2억원을 받아 이 같은 계획을 이끌고 있다. “마을 전체 30농가가 각각 풍산개를 기르며 명실상부한 풍산개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10농가는 이미 풍산개를 기르고 있지요. 본격적인 농외소득 창출은 이제부터입니다.” 이씨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씨가 말을 이어갔다. “1사1촌 결연을 한 뒤부터 좋은 일이 생기고 있어요. 정부 사업에도 선정되고 농협 시범마을에도 지정됐습니다.”

마침 이날도 한국전력 직원 10여명이 찾아와 마을주민 최은섭(51)씨의 배나무 농장에서 종이봉투를 씌우는 지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04년 이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한 한전 안성지점은 마을과 불과 1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0분이면 찾아올 수 있어서인지 한달에 평균 2~3회씩 마을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반신반의했지요. 그런데 찾아오는 날이 늘면서 주민들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우리도 뭔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고마운 마음이 앞서니 주민들도 뭔가 보답하려 하게 되고 함께 모여 상의 하게 되는 거죠. 주민들이 ‘뭔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이니까 자연스레 단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김 교수의 지적이다. “게다가 관계를 잘 유지하면 지금까지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도농교류를 위한 시험무대를 형제처럼 부담 없는 한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주민들이 조금씩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을 겁니다.”

풍산개마을은 대규모 영농이 이뤄지는 농장형 마을이 아니다. 논과 밭은 가구별로 작은 규모로 오밀조밀하게 배치돼 있다. 그래서 농촌체험 사업에 적합하다. “이 같은 여건은 복합영농을 통해 계절별로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라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부모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지요. 게다가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이면 올 수 있잖습니까.”

김 교수 뒤로 마을을 가로지르며 시원스레 내달리고 있는 시냇물이 풍산개마을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안성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