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②팝 아티스트 낸시 랭과 LG전자

바보처럼1 2008. 7. 7. 22:42
[문화일보 뉴스]
스크랩 돌려보기 프린트 폰트 크게 하기 폰트 작게 하기 줄 간격 늘리기 줄 간격 좁히기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감자꽃에 송송 맺힌 ‘농촌사랑 구슬땀’
②팝 아티스트 낸시 랭과 LG전자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팝 아티스트 낸시 랭(오른쪽)씨가 지난 2일 LG전자의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를 찾아 LG전자 사회봉사단의 가전제품 수리를 돕고 있다. 평창 = 신창섭기자
문화일보가 1사1촌운동 4년차를 맞아 펼치는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특별기획의 2부 ‘아름다운 동행(同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일보는 인기 연예인이나 저명인사들이 1사1촌 도농교류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예정입니다. 도시와 농촌, 유명인이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현장에서 한국 농업·농촌의 희망이 새록새록 돋아나길 기대합니다.

새벽부터 장마 시작을 알리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지난 2일, LG전자의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팝 아티스트 낸시 랭(여·28)씨와 LG전자 사회봉사단 15명이 시뻘건 황토가 그대로 드러난 산비탈에 섰다. LG전자와 굿네이버스가 후원하는 ‘렛츠고(Let’s Go)’ 대학생 봉사단 1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작업은 산 아래 밭과 위 밭 사이의 비탈진 경사면에 볏짚으로 만든 돗자리를 까는 일이다. 빗물에 흙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흙을 지지해 주기 위해서다.

낸시 랭씨는 LG전자 플래트론 모니터 모델로 활동하면서 LG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단순한 제품 모델활동 외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이번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어, 어 ~ 발이 진흙 속에 푹푹 빠져요. 신발은 벗겨지고…. 마치 늪 같아요.” 그녀는 농촌봉사활동이 처음이다. 감자밭에 와본 적도 없다. 흰 감자꽃도 처음 봤단다. 그래도 거침없이 짚단을 어깨에 짊어진다. “각오 단단히 하고 왔거든요.” 그녀의 당찬 말에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의 힘이 불끈 솟는 듯했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밭주인 채은석(52)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런 기세로 2~3시간 정도 세차게 내리면 또다시 물난리가 날 것만 같다. 산 꼭대기를 휘감은 먹구름이 심상치 않았다. 봉사대원들의 손놀림도 더욱 바빠졌다.

낸시 랭씨가 볏짚 돗자리를 깔기 위해서 잡초를 꺾었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다. “아얏” 소리를 지르더니 그녀가 조용히 가시를 뽑아낸다. 처음 해본 밭일이 아무래도 익숙지가 않다. 그녀는 “내가 끼어서 작업에 방해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본다. 채씨는 “그래도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하니 작업속도가 빠르다”며 “낸시 랭씨까지 와서 거들어 주니 일도 즐겁다”고 말했다.

작업중 낸시 랭씨가 특유의 ‘세일러 문’ 포즈를 취한다. “언니, 함께 사진 찍어요.” 렛츠고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카메라 앞에 몰려들었다. LG전자의 한 직원이 “농촌봉사활동에 와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조로 ‘핀잔(?)’을 주자 그녀는 “진지할 땐 진지하고, 일할 때는 즐겁게”라고 답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팝 아티스트 행위예술가의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감자밭에서 나는 소득은 3.3㎡당 5000원 정도다. 밭떼기로 넘기면 도매상이 알아서 감자를 캐간다. 채씨는 올해 2000여만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난리가 나면 한 푼도 만져보지 못할 수 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씨앗 값도 건질 수 없다. 채씨의 설명을 듣던 낸시 랭씨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농사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비가 많이 쏟아지면 앞으로는 걱정부터 들 것 같아요.” 렛츠고 봉사단 최고은(22·명지대 북한학과)씨는 “농촌을 알고, 농민들의 삶을 알면서 함께하는 사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속사리 마을 앞 삼거리 주차장에서는 LG전자의 무료 애프터서비스가 진행됐다. 신순녀(37)씨가 들고 온 VTR와 전기밥솥을 낸시 랭씨가 받아서 직원에게 넘긴다. 속사리 주민 신씨에게서 낸시 랭씨, 다시 LG전자로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전해진다. 바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 ‘1사1촌운동’의 결과물이다.

윤정준(30) LG전자 노경팀 사회공헌담당 대리는 “이번 봉사활동은 장마철 본격적인 활동에 앞선 답사 및 현장점검 차원”이라며 “수해로 인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곧바로 달려오는 든든한 1사1촌 이웃이 되겠다”고 말했다.

평창 =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