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아름다운 동행-⑥탤런트 서단비와 KTF

바보처럼1 2008. 7. 7. 22:57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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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결연마을에 감동 주는 ‘쇼’를 하라 !
2부. 아름다운 동행-⑥탤런트 서단비와 KTF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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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쇼 아가씨~ 그러다가 살 타면 어쩌려고 그래, 빨리 나와.”

“아니예요. 선크림 많이 발라서 괜찮아요.”

지난 30일 오후 충북 충주시 앙성면 용포리 음촌마을 내 고추밭은 말 그대로 ‘용광로’를 방불케 했다. 고추밭에 발을 디딘 지 1분이 채 안 돼 땀이 쏟아지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발갛게 익은 고추를 닮아갔다.

폭염을 뚫고 이날 열린 KTF와 음촌마을 간 1사1촌 결연식에 동행한 이는 요즘 KTF의 3세대(G) 이동통신 ‘쇼(SHOW)’의 광고모델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탤런트 서단비(21)씨. 이날 오전 마을회관에서 1사1촌 결연식을 마친 뒤 곧바로 봉사활동 현장으로 향하는 그녀를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경험도 없는 서울 젊은이들이 복더위 뙤약볕 속에서 고추 따는 작업을 한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일하다가 쓰러져도 우린 책임 못 져”라며 은근히 겁을 주더니 못 미더운 듯 줄곧 작업 현장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특히 건들면 픽 쓰러질 것 같은 가녀린 서씨는 ‘감시대상(?)’ 1호.

이날 수직으로 떨어지는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따는 건 고된 작업이었다. 젊음을 믿고 의기양양하게 고추밭으로 뛰어들었던 20여명의 KTF 직원들은 불과 10분도 안 돼 하나 둘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비처럼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며 계속 쪼그리고 앉아 발갛게 익은 고추를 골라내 요령껏 따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서씨를 비롯해 고추 따기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고추를 딸 땐 꼭 다른 손으로 가지를 잡고 따야 돼요. 잡아 뜯으려고 하지 말고 위쪽으로 힘있게 잡아당기면 쉽게 따집니다.”

도시에서 온 손님들 앞에서 이봉재(49) 이장의 고추따기 ‘현장강연’이 펼쳐졌다. 봉사활동 한답시고 무리하게 잡아당기다가 가지가 꺾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씨를 포함해 KTF 직원들 대부분 농촌경험이 거의 없는 ‘서울촌놈(?)’이다보니 한없이 서툰 봉사활동이었지만 열의 만큼은 대단했다. 이날 20여포대의 고추를 딴 서씨와 KTF 직원들을 보고 한 할머니는 “내가 4∼5일은 해야 할 일을 다 했구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씨가 아직 신인이어서인지 이날 처음부터 마을주민들이 그녀를 알아봤던 건 아니었다.

“저 아가씨… 누구요?”“왜 있지 않습니까, KTF 쇼 광고에서 춤추는 아가씨.”“아, 그 아가씨! 어쩐지 예쁘다 했더니… 우리 아들 사인이나 받아줘야겄네.”

주민 몇명이 고추밭으로 들어와 끝내 사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유석오 KTF 홍보실장(상무)은 “모처럼 시골에 와 좋은 공기 마시면서 땀 흘리니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같다”며 “KTF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음촌마을과 1사1촌 결연으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고추따기에 이어 복숭아 포장 작업이 이어졌다. 과수원에서 따온 복숭아를 크기별로 분류해 포장하는 일이었다. 본격적인 출하 시기보다 열흘 정도 빠른 ‘조생미백’ 품종이었다. 조생미백은 과육이 워낙 부드러워 딸 때나 작업할 때 손에 힘을 주면 유통과정에서 그 부분이 까맣게 변색된다고 한다. 서씨와 KTF 직원들의 손길이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혹시 복숭아에 상처를 내지 않을까 스티로폼으로 감싸고 이를 상자에 가지런히 놓는 손길에 정성이 가득하다.

어느새 고추밭에서 들리던 신음소리 대신 조용한 숨소리와 향긋한 복숭아 내음이 봉사활동 현장에 가득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는 서씨와 KTF 직원, 그리고 음촌마을 주민들 사이에 따뜻한 ‘정(情)’이 흘러넘치는 듯했다.

충주 =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