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경기 안성시 삼죽면 진촌리 ‘조아라 황토 한방닭 농장’을 찾았을 때 조이형(59) 대표는 막 육계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조 대표는 “삼복 더위를 맞아 보양식으로 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손도 바빠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매출 3억원이 넘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조 대표는 마치 선문답 같은 말을 꺼냈다.
“이순이 되니까 세상 이치가 조금씩 눈에 보입디다. 비결이랄 게 뭐 있겠어요. 자연의 섭리에 맞게, 세상 이치에 따라 닭을 키우다 보니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온 것뿐이죠.”
1만여마리의 닭을 키우는 양계장이지만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조 대표는 “내가 친환경 양계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면서 친환경 양계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농사를 지었는데 18년전쯤 새로운 양계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양계 산업이 대형화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것이 바로 환경 파괴였다. 양계장에서 나오는 축산 폐수는 물론 화학 사료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았다. 생산성만을 중시하다 보니 오히려 육계의 품질은 떨어지기만 했다.
“적은 사료로 빨리 살찌워서 생산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품질은 품질대로 나빠지고 환경은 환경대로 엉망이 되는 거죠.”
조 대표는 ‘황토 한방닭’의 차이점으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품종과 사육방법, 그리고 사료가 다르다는 것. 그는 축산기술연구소로부터 다양한 품종을 분양받아 무게가 많이 나가면서도 토종닭과 같이 맛좋은 육질을 가진 품종을 찾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조 대표는 3년여만에 원하는 품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사육방법과 사료도 일반적인 양계와는 크게 다르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살만 찌우는 일반적인 양계와 달리 조 대표의 농장에서 자라는 닭들은 마당에 풀어 키우는 토종닭들처럼 넓은 공간에서 방사(放飼)된다. 운동량이 많은만큼 육질이 더욱 좋아진다는 설명.
사료도 미생물을 배양해 만드는 발효효소와 황토, 각종 한방재료를 섞어 만든다. 사육기간이 길어지지만 일반 화학사료에 비해 환경 오염도 적고 육질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죠. 비싼 닭을 왜 사야 하는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 했으니까요.”
수억원을 투자해 품질 좋은 닭을 생산하고도 판로를 뚫지 못해 고생하기를 3년여. 조 대표의 황토 한방닭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전국 유명 식당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닭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조상들로부터 내려오는 섭생이 틀린 게 하나 없어요. 사료와 사육방법 모두 자연의 섭리와 세상 이치에 맞춘 것뿐이죠.”
조 대표는 “농사든 세상살이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살면 문제될 게 없다”며 껄껄 웃었다.
안성 =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