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또 하나의 희망 ‘1교1촌’-④농촌은 산 교육현장

바보처럼1 2008. 7. 7. 23:17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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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텃밭서 자유롭게 ‘즐거운 공부’
3부. 또 하나의 희망 ‘1교1촌’-④농촌은 산 교육현장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광주 동성여중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1교1촌 결연마을인 전남 담양군 수북면 산소마을에서 황토염색 체험을 한 뒤 염색한 옷감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담양 = 곽성호기자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지난달 28일 전남 담양군 수북면 산소마을. 마을 대표 한신원(57) 씨가 운영 중인 ‘한이직 기념 도서관’에 들어서자 때마침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이 들려왔다. 배경음악으로는 비발디의 ‘사계’가 나지막이 깔렸고, 은은한 허브향도 풍겼다.

허브와 고구마 등을 키우는 작은 텃밭과 호수, 그리고 노령산맥에서 가장 높다는 병풍산(해발 822.2m)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의 풍경은 광주 동성여중 3학년 학생 70여명의 특별한 야외 수업. 동성여중이 지난 7월11일 ‘1교(校)1촌(村)’ 결연을 맺은 산소마을에서 이뤄지는 첫 수업이었다.

“농촌마을의 산뜻한 공기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즐기고 있어서 그런지 공부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 낭송을 한 박영실(15·광주 남구 진월동) 양이 말했다. 학생들에게 이날의 수업은 평상시 갑갑한 교실에서 하던 공부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면서도 배우고, 느끼는 것은 많았다.

“학생들에게 오늘만큼은 아무런 지도도 하지 않고 있어요. 농촌마을에 와서 이러저러한 것을 느껴보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그 틀 속에 파묻혀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학생들을 인솔한 문보경(여·45) 교사의 이야기다. 평상시 수업시간에는 이날처럼 분위기를 잡으며 시 낭송을 할 수도 없고, 학생들에게 생소한 농촌에 대해 가르칠 수도 없다는 게 문 교사의 설명. 학교 교실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교1촌운동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배움터가 생겨난 것이다.

이날 오전에 진행됐던 시 낭송이 끝나자 오후에는 본격적인 농촌체험학습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황톳물을 이용해 옷감을 주황빛으로 물들여 보며 마냥 신기해했다.

또 맨발로 땅을 밟으며 ‘아씨들의 주말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텃밭에 들어가 아로마, 애플민트, 레몬버베나 등을 하나씩 심기도 했다.

“오랜만에 땀도 흘려보고, 허브가 어떻게 재배되는지도 알게 됐어요. 점심식사 반찬으로 나온 김치랑 된장국은 정말 꿀맛이었어요.”

모종삽을 들고 열심히 레몬버베나를 심던 임승주(15) 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김혜련(15) 양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와의 1교1촌 결연이 학생들에게만 득이 된 것은 아니다. 1교1촌은 마을에도 확실한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동성여중은 올해 2학기부터 9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급식에 들어가는 쌀 전량을 산소마을에서 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농촌체험 행사를 주관한 전남농협 농촌지원팀 관계자는 “이번 농촌체험이 도시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학생들이 농촌을 찾아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러분, 이곳에서 꿈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안녕히 가세요.” 이날 하루 학생들의 수업을 책임졌던 한 대표가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학생들도 활짝 웃으며 답례 인사를 했다. “사랑해요. 선생님.”

담양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