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②삼성전기의 첫 ‘1사1교1촌’

바보처럼1 2008. 7. 7. 23:47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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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기업-농촌-학교 ‘3각 교류’ 시너지효과 크다
4부.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②삼성전기의 첫 ‘1사1교1촌’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삼성전기와 ‘1사1교1촌’ 결연을 한 토고미 마을·수원농생명과학고의 주민과 학생들이 21일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앞 광장에서 삼성전기 직원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있다. 수원=김선규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전 11시. 조용하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주변에 갑자기 활기가 넘쳤다. 삼성전기의 1사1촌 결연 마을인 강원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 마을과 충남 태안군 이원면 볏가리 마을에서 올라온 주민 20여명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던 것. 이들 주민들은 삼성전기 사회봉사단 직원들과 반갑게 손을 맞잡고 안부를 주고받더니 트럭에 한가득 싣고 온 짐들을 하나, 둘씩 광장에 꺼내 놓기 시작했다.

햅쌀로 곱게 빚은 고운 빛깔의 송편, 건강에 좋다는 메밀을 튀긴 뻥튀기, 햇밤, 고구마 등을 내려놓자 사업장 앞 광장은 어느새 잔치집으로 바뀌었다. 때마침 점심식사를 위해 사업장에서 쏟아져 나온 직원들은 송편과 뻥튀기 등을 한입 가득 물고 추석 기분을 마음껏 냈다. 흐뭇한 표정의 마을 주민들은 정성껏 마련해온 추석 음식을 권하면서 직원들과 어느새 하나가 됐다.

특히 이 자리엔 수원농생명과학고 학생 10여명도 자리를 함께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 그 의미를 더했다.

삼성전기와 토고미 마을, 수원농생명과학고는 지난 11일 ‘1사(社)1교(校)1촌(村)’ 결연을 맺고 새로운 도농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선 참이었다. 기업 - 농촌 - 학교가 3각 교류를 통해 서로의 특장점을 배우고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윈 - 윈 - 윈(Win - Win - Win)’하자는 것이다.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지난 2004년 6월부터 1사1촌운동을 전개해온 이래 1사1교1촌 결연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관계는 일반 기업에 빗대자면 농생명과학고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부서, 삼성전기는 마케팅과 기획부서, 토고미마을은 생산부서 격이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위치한 수원농생명과학고는 1936년 개교 이래 71년 전통을 이어온 농업 분야 전문 고등학교. 홍영표(60) 수원농생명과학고 교장은 1사1교1촌 결연에 대해 “우리 학교가 오랜 전문성을 살려 현장에서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도울 수 있는 데다 학생들이 기업의 경영마인드까지 갖춘 차세대 농촌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생명과학고는 토고미 마을이 생활분재·발효식품 등을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날 잠깐 쉬는 사이에 삼성전기 사회봉사단원과 토고미 마을 주민들 간 마을의 발전 방안에 대해 나눈 의견은 기업의 경영전략 회의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요컨대 이런 내용이다.

현재 토고미 마을은 전국 최고의 1사1촌 마을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자생력을 키워 놓은 상태다. 그러나 위기 요인에도 대비해야 한다. 토고미 마을의 성공 비결을 듣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농촌마을들이 즐비하다. 특히 토고미 마을의 전략 상품인 오리농법을 이용한 무농약·유기농 쌀 재배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따라 붙으면서 이젠 예전만큼 고가 전략을 유지하기 힘든 형편이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 속에서 토론 끝에 토고미 마을은 연구개발부서 격인 농생명과학고와 손을 잡고 삼성전기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해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데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이상표(49) 삼성전기 인사팀장(상무)은 “치열한 시장경쟁을 통해 터득한 비즈니스 경험을 토고미 마을과 나누면서 결연마을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수원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