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9)‘밤나무 농장’ 연매출 1억원 이봉룡 씨
바보처럼1
2008. 7. 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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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 운동-스타 농민> 화학비료 안쓰고 인터넷 직판… 오로지 맛·신뢰로만 ‘승부수’ |
(19)‘밤나무 농장’ 연매출 1억원 이봉룡 씨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
지난 20일 오후 충남 공주시 신풍면 화흥리. 생아산 자락에 위치한 16만5000㎡(5만평) 규모의 밤나무 농장에서 이봉룡(43) 농부네 대표가 빠른 손길로 밤을 주워 포대에 담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밤은 빨리 포장하지 않으면 말라버리거나 썩어 상품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밤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달초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매년 이맘때 돌아오는 추석도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정도다. “그래도 매년 저를 믿고 밤을 사는 고객들이 있어서 힘든 줄 모르겠어요.” 부지런히 밤을 주워 담던 이 대표가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 대표에게 밤 농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속속 등장하자 이 대표는 과감하게 새 길을 택했다. 고향 공주의 특산물인 밤이 바로 새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농사일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새벽부터 산을 오르내리면서 제초작업을 하고, 퇴비를 지고 올라가 밤나무에 골고루 뿌리는 일이 도시 생활에 익숙하던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매일같이 몸살에 시달려야 할 정도였지요.” 몸은 차츰 적응됐다. 이제는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저녁 6시30분까지 쉬지 않고 일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단다. 그러나 이내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쓰는 등 차별화된 밤 생산을 위해 이리저리 애써 보아도 다른 밤과 똑같은 가격에 팔아야만 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홈페이지(http://www.nongbune.net)를 만들어 아예 100% 직접 판매만 하기 시작했다. “직접 판매하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판에 오르면 그때 희열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 일도 그 맛에 하는 거지요. 물론 그 만큼 책임감도 더 생겨났습니다.” 이 대표가 이렇게 소비자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매출은 저절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대표에게 밤을 배달시켜 본 고객들은 대부분 대량으로 구입한다. 한 고객이 4㎏들이 밤 상자를 4∼5개씩 사갈 정도다. 품질에 대한 믿음이 쌓여가면서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에서 4년 연속으로 판매량과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매출액이 크게 늘어 연 평균 1억원에 달하게 됐다. 그래도 농사일이란 게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비가 너무 자주 왔다. “8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비가 왔어요. 그래서인지 밤에 습기가 많아져 단골 고객들이 ‘예년에 먹던 밤과 맛이 다르다’며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판매한 고객들에게는 일괄적으로 다시 배송해 드릴 계획이에요. 저를 믿고 매년 구입해 주시는 데 당연한 일 아닌가요.” 농민이 살 길은 오로지 서비스 정신과 믿음이라는 게 이 대표의 소신이다. 041-841-7443 공주=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