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⑨공기업 모범 광진공의 농촌사랑

바보처럼1 2008. 7. 8. 00:27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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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고구마 줄기처럼 사랑·인심 ‘주렁주렁’
4부.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⑨공기업 모범 광진공의 농촌사랑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대한광업진흥공사 임직원들이 지난 10월18일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영월군 주천면 도천2리 밧도내 마을에서 고구매 캐기 농촌일손돕기를 펼치고 있다. 영월 = 김동훈기자
“고구마를 호미로 찍으면 안돼. 살살 다뤄야지….”

“그럼, 그럼…. 뿌리만 보고 파지 말고, 양 옆을 조금씩 긁어서 파야지.”

빨간 고추잠자리가 맴도는 드넓은 가을 하늘 아래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굵은 고구마를 캐내던 대한광업진흥공사 박선교(47) 총무팀장이 한마디 거들자 주변에서 “역시 팀장은 달라. 팀장은 아무나 하나”라는 추임새가 들려온다.

한바탕 왁자지껄한 소란 속에 마을 이장 최수용(46)씨는 팀을 대표해서 나왔다는 안민숙(여·36)씨의 서투른 호미질 솜씨가 영 마뜩하지 않은지 냉큼 호미를 뺏어 들고 직접 시범을 보인다.

지난 10월18일 오전 11시 강원 영월군 주천면 도천2리 밧도내 마을. 동네 어귀를 흐르는 맑은 주천강과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비산에 안겨 더없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날 밧도내 마을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먼 친척’보다 더 반가운 1사1촌 결연기업인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 직원 42명이다.

국정감사 일정을 앞두고 한창 정신없이 바쁠 때인데도 불구하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준 이들이다. 마을 주민이라고 해봐야 70가구에 모두 170명 정도. 최수용 이장은 “휴가철에도 다른 곳에 안 가고 일부러 우리 마을을 찾아와주는 광진공 직원들이 피붙이처럼 정겹기만 하다”며 반겼다.

직원들은 간단한 기금 전달식을 마친 후 오전에는 고구마 캐기, 오후에는 각 가정으로 흩어져 고추지줏대 뽑기와 환경정화작업 등을 펼쳤다. 광진공과 밧도내 마을의 인연은 각별한 측면이 있다. 광진공의 주요 업무가 광산 등 자원개발이다 보니 아무래도 석회석 광산이 주변에 있는 이 마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한 직원의 제안으로 지난 2004년 12월 1사1촌 결연을 맺게 된 것.

광진공은 그동안 밧도내 주말농장을 시작으로 농촌일손 돕기, 밧도내 생산 찰옥수수·고추·햅쌀·고구마 판매 행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광진공은 또 이곳에서 생산된 배추와 무, 감자, 쌀 등을 구매해서 구내식당의 식재료로 쓰고 있다. 광진공은 이 같은 활발한 교류로 지난 2005년에는 농촌공사가 제정한 ‘농업인이 뽑은 올해의 도농교류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공기업 가운데 1사1촌 교류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밧도내 마을은 콩과 고추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이 주산지인 ‘영월 고추’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명품으로 널리 소문이 났다. 지난해 고추농사로만 전체 농가기준으로 1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관에 전체 소득수준이 높다보니 귀농 인구도 많이 늘고 있다. 최근에만 도시생활을 하던 10가구 정도가 도시에서 이곳에 집을 짓고 정착했다고 최 이장은 귀띔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최 이장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도시생활이 지겨워서” 귀농한 경우였다.

다른 농촌마을처럼 이곳의 걱정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대한 대책마련이었다. 마을주민들은 지금은 고추 수입이 괜찮지만 장차 경쟁력을 잃을 것에 대비해 대체작물로 야콘 재배 등을 염두에 두고, 보급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도시민들과의 직거래도 소득향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마을주민 한선옥(여·55)씨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도시사람들의 주문을 받아 햅쌀 등을 찧어서 보낸다”며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 보내주니 한번 거래했던 분들은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서울로 향하던 광진공 직원들은 “언제든 불러만 준다면 기꺼이 달려와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광진공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에 어느새 시장개방의 불안감이 가시고 자신감이 서서히 배어나는 듯했다.

영월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