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백제 한산소곡주 전통 잇는 나 장 연 사장
바보처럼1
2008. 7. 8. 08:10
<1사1촌 운동-스타 농민> 그윽한 누룩 향에 취하고 年매출 15억 흥에 취하고 |
백제 한산소곡주 전통 잇는 나 장 연 사장 |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 |
한 모금에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가 순간 사라진다. 다시 한 모금을 마시자 혀끝에 남았던 약한 단맛이 더해지며 향기가 더 강해진다. 그리고 또 한 잔…. 결국 이렇게 과거길 선비가 시험도 포기하고 마셨다는 술, 바로 1500년전 백제의 전통을 이은 한산소곡주다. “한 모금 마시기 시작하면 일어설 줄 모른다고 해서 앉은뱅이 술이라고 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한산소곡주 제조창. 잔뜩 찌푸린 겨울날씨에 서울에서 차로 3시간30여분을 달려서 만난 소곡주 제조비법의 전승자 나장연(42) 사장의 말이다. 사실 소곡주의 맛은 매출실적이 증명해준다. 지난 2007년 한해 매출 15억원, 당시 설 매출액만 1억9000만원으로 전년(1억2000만원)보다 58%가량 신장됐다. 올 설 매출의 신장률도 비슷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창업 10여년 만에 이제 이름이 알려진 셈이죠.” 사실 지난 1979년 나 사장의 조모인 김영신 할머니가 소곡주 제조비법으로 무형문화재에 지정됐을 때만해도 나 사장 본인이 소곡주의 전통을 이을 줄은 몰랐다. 서울 동국대 전자과를 다니던 공학도였다. “졸업할 때쯤 할머님의 술을 사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섰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제조기술을 현대화하면 더 비전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1992년 술 발효를 위한 항아리 12개로 시작했지만 점점 규모가 커져 지금은 발효조만 150여개로 늘었다. 연간 200㎘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소곡주는 국내 여느 술과 달리 들국화, 메주콩, 생강 등 재료를 100일간 정성을 다해 발효시켜야 만들어집니다. 보름정도 술을 빚고 나서 따로 향을 섞는 일반 술들과 달리 소곡주는 모든 재료가 고루 발효돼 맛과 향이 나는 것입니다.” 나 사장은 1994년 한때 섣불리 소곡주의 맛을 현대화하려 시도했다 실패하기도 했다. “소주 맛에 익숙한 젊은층을 위해 소곡주의 단맛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단맛이 사라지니 독특한 향도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더 전통적인 소곡주 맛을 내려고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중 한두 잔 마신 소곡주에 흥이 돋았다. ‘차문주가하처유(借問酒家何處有),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술집이 어디냐 물으니 목동이 행화촌을 가리키더라).’ 만당(晩唐) 시인 두목(杜牧)의 이 유명한 시구도 시인이 백제의 소곡주를 알았다면 행화촌 대신 한산면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가벼운 농에 나 사장은 “과거 소곡주가 밀주였던 시절엔 정가의 유명한 사람들에게 술을 전하겠다며 몰래 받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감세 지원을 받아 소곡주는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나 사장은 지역 농업인들과 꽃지뫼라는 법인을 만들어 43만여㎡에 유실수를 심어 사계절 꽃피는 동산을 만드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유실수로 술을 빚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과 관광을 연계해보고 싶습니다.” 한산소곡주 제조창에 ‘부농(富農)의 꿈’이 농익고 있다. 041-951-0290 서천 =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