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북 정읍 입암면 ‘수박박사’ 이 석 변 씨
바보처럼1
2008. 7. 8. 08:40
<1사1촌 운동-스타 농민> 남들 잘때 안자고 걸을때 뛰고… “수박 속이 훤히 보여∼” |
전북 정읍 입암면 ‘수박박사’ 이 석 변 씨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
“남 잠잘 때 난 잠자지 않고 수박을 돌봤소. 남 걸을 때 난 뛰어댕겼소. 그렇게 헝게 수박의 겉모양만 봐도 아픈지, 목이 마른지 알 수 있게 됩디다. 그게 내가 수박 농사 잘 짓는다고 소문이 난 비결이라면 비결이겄지요.” 전북 정읍시 입암면에서 수박 농장을 하는 이석변(62)씨. 서울에서 승용차로 3시간여를 달려 지난 28일 이씨의 비닐하우스 농장을 찾았을 때, 그는 정읍 농협 공동육묘장 개장식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평소엔 일허는 복장으로만 지내는디, 오늘은 행사장에 댕겨오느라 좋게 챙겨 입었습니다.” 질박한 전라도 방언을 쓰는 그는 정읍과 주변 일대 농민들 사이에서 ‘회장님’으로 통한다. 수박을 재배하는 이 지역 농민 대표 65명으로 이뤄진 수박연구모임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수박 재배 농민들끼리 농사 경험을 주고받다가 본격적으로 정보를 나누기 위해 지난 2003년에 모임을 만들었다. 전북 지역에 있는 대학교의 농대 교수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하면 수박의 품질과 생산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연구해왔다. “학술적으론 교수님들이 나 같은 농민보다는 훨씬 위에 있것지만, 재배 방법만큼은 어느 교수님이라도 내 앞에서 알은체를 하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수박 재배 기술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존심 땜에.” 그의 농장 제품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유명 매장에서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비닐하우스 33동(2만여㎡)에서 연 1억5000만~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의 농장에는 고품질 수박을 재배하는 비결을 묻는 농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직접 고창, 김제 등 인근 지역의 농업센터 등에 가서 지역 농민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한다. 35년간 수박을 재배해온 이씨가 강조하는 수박 농사의 으뜸 비결은 ‘정성’. 병원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의 자세로 수박과 대화를 하며 수박의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에 따라 물을 준다든지, 보온을 해준다든지 하는 처방을 정확히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밤잠을 설치는 수고쯤은 감내해야 한다. 그는 그런 정성으로 수박 3모작을 해왔다. 이씨는 “1년에 세 번이나 소출을 한 것은 자식들(4녀1남)의 학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는 자녀들을 교육하며, “수박은 내가 1등이다. 너희들도 네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둘째, 셋째 딸은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 일본과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공부를 쪼깨 덜한’ 큰딸은 남편과 함께 그의 뒤를 이어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판로를 걱정해본 적은 없소. 물건만 좋게 하면 다 사가니까. 총각이 이쁜 처녀를 보면 정신 못 차리듯이 판매상들은 좋은 수박을 보면 침을 질질 흘립니다.” 그에게 좋은 수박 고르는 법을 묻자, “껍질 색깔이 진하고 촉감이 매끄러우며 꼭지에 잔털이 없는 수박이 잘 익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063-531-8393 정읍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