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부. 1사1촌이 식탁 지킨다-①1사1촌이 빚은 ‘노원사랑쌀’
바보처럼1
2008. 7. 8. 08:43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비무장지대 청정쌀 직거래… ‘밥상 불안’ 몰라요 |
1부. 1사1촌이 식탁 지킨다-①1사1촌이 빚은 ‘노원사랑쌀’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파동,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수입 논란 등을 거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감이 ‘밥상불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1사1촌운동’이 식탁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사1촌 운동을 통해 도시민과 농촌마을이 신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이어지면서 도시민들은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농촌마을은 농산물의 든든한 소비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쌀이 떨어졌다고 정 팀장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마침 서울 갈 일이 있어서 가져다 줬지요. 이제는 가져다 주고 싶어도 쌀이 다 떨어져 버렸네요.”(조태곤(51) 왕징면 산업계장) “그때 우리 구청 뒷담 울타리를 통해 쌀포대를 건네주셨지요. 여기서 난 쌀이 너무 맛있어서 옆집 사람들에게도 좀 나눠줬더니 다들 사고 싶다고 하지 뭐예요.”(정남희(여·50) 노원구청 자원봉사팀장) 서울 노원구청과 경기 연천군 왕징면 무등리의 ‘1사1촌 운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무등리에서 생산되는 ‘노원사랑 쌀’이 바로 그것이다. 무등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노원구 주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면서 노원사랑 쌀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최근 ‘식탁불안’으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던 도시민들과,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제값 받고 판매하지 못하는 농민들 모두가 받게 된 1사1촌의 ‘특별한 선물’이다. 올가을부터 무등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쌀에는 이 브랜드가 붙어 노원구 주민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수입 논란 등을 계기로 ‘밥상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1사1촌 운동이 식탁을 지키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원구청과 무등리의 경우처럼 농산물 직거래로 도시민은 ‘밥상불안’, 마을주민은 농산물 ‘판로불안’을 해소하는 교류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연천군 중면 합수리. 민간인통제지역(민통선) 안쪽에 위치한 논에는 10명의 노원구청 직원들이 모내기를 하며 일손을 돕고 있었다. 노원구청과 1사1촌 결연을 한 무등리의 마을 이장 이병훈(41)씨의 논이다. 이씨의 논은 천수답이라 비가 올 때를 기다리다 모내기가 늦어졌다. 노원구청 직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며 자청해서 이씨의 논을 찾았다. “비무장지대에서 난 농산물이라 깨끗하지요, 토종이지요, 자원봉사하면서 눈으로 봤으니 확실히 믿을 수 있지요. 가족들과 함께 먹기에 딱 좋은 쌀 아닙니까.” 노원구청 박기형(44)씨가 따가운 햇살에 솟아난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말했다. 무등리 농산물을 맛본 노원구청 직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지난해 9월 1사1촌 결연을 맺어 교류기간은 얼마 되지도 않지만, 노원구청 직원들은 공식적으로만 벌써 3800여만원어치의 농산물을 이 무등리 마을에서 직거래로 구매했다. 노원구청이 무등리의 농산물에 흠뻑 빠진 데는 마을의 깨끗한 자연자원도 한몫했다. 하재홍(40)씨는 “마을이 워낙 깨끗하니 농산물을 안 살 수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무등리에서 나는 쌀, 개성인삼, 율무 등은 물론 병 속에 과일을 넣고 소주를 채워넣은 ‘병배’나 ‘병포도’도 노원구청 직원들에게 인기다. 마을 주변을 굽이굽이 흐르는 임진강에서 난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도 직원들을 한달음에 달려오게 한다. 홍범택(58) 노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봉사활동 때마다 자원자가 늘어 이제는 선착순으로 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무등리 주민들도 탄탄한 판로가 생겨 든든해졌다. 조태곤 계장은 “왕징면에서 매년 400t씩을 수매해왔지만 올해는 노원구라는 확실한 판로가 생겨 수매비중을 크게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쌀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에 노원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노원구에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내기 직전에 한 농가에서 모판의 모가 빠르게 자라는 키다리병에 걸렸어요. 병 걸린 모를 이 잡듯 뽑아내야 하는데 이걸 언제 다해요. 노원구청에 ‘에스오에스(SOS)’를 쳤지요. 그때 11명이 바로 와주셨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이병훈 이장이 눈시울이 빨개지며 이렇게 말하자 노원구청 직원들은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먹을 건데 당연한 일이지요.” 연천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