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사1촌이 식탁 지킨다-④한전의 충주 ‘옥수수 사랑’

바보처럼1 2008. 7. 28. 00:53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암반수 옥수수·온천수 감자’에 반했어요
1부. 1사1촌이 식탁 지킨다-④한전의 충주 ‘옥수수 사랑’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

지난 11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발화마을에서 한국전력 수안보생활연수원 봉사단원들이 마을 주민들과 감자 선별작업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수안보 = 김선규기자

한전 봉사단원들이 발화마을의 옥수수밭에서 작업하던 중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어, 빠르네, 벌써 거기 갔어.”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얼른 오세요.”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발화마을. 1사1촌 봉사활동을 나온 한국전력공사 수안보생활연수원 직원 10여명의 손놀림은 불볕더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빨랐다. 이날 작업은 수확을 앞둔 옥수수의 하단 곁순을 따주는 것.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게 하자는 의미다. 고즈넉한 산골마을에 고랑을 하나씩 맡은 한전 직원들의 순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불과 20여분후. 너른 밭의 무성했던 옥수수들이 미끈한 자태를 드러냈다.

연수원 직원 한태철(56)씨는 “한달에 2번씩은 발화마을로 봉사활동을 와서 옥수수 순치기, 모내기 작업을 돕는 등 마을 주민들과 형제자매처럼 지낸다”면서 “특히 이 지역 옥수수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150m 청정 암반수로 키운‘명품’옥수수 = 한전 직원들을 매료시킨 이 옥수수는‘대학찰옥수수’. 수안보, 괴산의 청정(淸淨) 먹을거리다. 1991년 괴산군 장연면 지역에서 시험재배를 통해 특화된 품목으로 첫선을 보인 후 한국능률협회 경영인증원으로부터 웰빙상품으로 선정됐다.

한전 직원과 마을 주민들이 전하는 대학찰옥수수의 맛은 어떨까. 이 옥수수는 낱알이 씨눈을 둘러싸고 있는 게 특징. 찹쌀밥처럼 찰기가 뛰어나고 담백하다. 옥수수를 먹을 때면 느끼는‘불편’이 치아에 달라붙는 것인데 대학찰옥수수는 이런 현상이 없어 더욱 인기다. 고향이 충주로, 18년째 한전에 근무중인 조흥국(45) 주임과 직원 채동림(여·25)씨는 “항상 가꾸던 옥수수라고 생각하니 무엇보다 믿음이 간다. 외국 옥수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옥수수 순치기에 앞서 직원들은 마을 공판장에서 감자를 선별해‘온천수감자’란 상표가 붙은 상자에 담는 작업을 도왔다. 발화마을 3600㎡에 감자를 심어 20㎏ 무게로 1500상자를 수확했다는 주민 김도식(55)씨는 예상치 못한‘구원군’을 만나자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김씨는 연방 “굵은 감자는 굵은 것대로, 너무 작은 것은 골라내시고요”라고 ‘작업 지시’를 하는 한편,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자와 옥수수 자랑을 했다.

# 청국장·메주·고춧가루까지…안전식품‘본산’ = 발화마을은 한전으로선 안전 식품의 공급처다. 옥수수, 감자뿐만 아니라 청국장, 메주, 절임배추, 태양초고춧가루 등 지하 150m 암반수를 이용해 생산하는 먹을거리를 한전이 주기적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

한전은 2005년 첫 해 대학찰옥수수 6000개를 사들여 찐 후 연수원 입소 가족들에게 무료 제공했다. 쌀 4800㎏, 된장 700㎏, 청국장 80㎏도 구매해 입소 가족들이 살 수 있도록 판매를 뒷받침했다. 이렇게 시작된 판매 지원활동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구매한 것만도 7593만원어치. 이상기(49) 연수원 관리과장은 “옥수수 출하시기에 맞춰 샘플 및 안내문을 비치하고 다른 한전 사업소에도 특산물별로 안내 메일을 발송해 판로를 돕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감자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마케팅 지원에다, 연수원을 거쳐간 수많은 한전 가족들의 입소문까지 가세하면서 25가구뿐인 발화마을에는 옥수수철이면 외부 주문이 쏟아져 소득 증대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권오춘(52) 이장은 “한전 연수원을 다녀간 이들이 소개를 많이 해줘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여름철에는 1만3000원씩 받는 30개들이 옥수수 한 상자가 2500여개 가량 택배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노천(50) 연수원장은 “우리들도 먹는 만큼 항상 자신의 텃밭을 가꾼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농산물 직거래 구매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수원과 발화마을은 곧 2m 높이의 마을 안내석에 자매결연 사실을 새겨 넣는 조촐한 행사를 갖는다. 그간 다져놓은 유대감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수안보 =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