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⑤국민연금공단의 ‘한우사랑’
바보처럼1
2008. 7. 28. 00:55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맛좋은 ‘친환경 한우’ 직접 보니 믿음 더해요 |
⑤국민연금공단의 ‘한우사랑’ |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괴담’이 휩쓸면서 한우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수입산이 한우로 둔갑해도 알 수 없다는 점과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 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고품질과 확실한 이력추적제를 시행 중인 한우의 인기는 높아졌다. 특히 ‘횡성한우’는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횡성한우를 직접 구매하기 위해 주말마다 강원 횡성군을 찾는 발걸음이 늘면서 현재 횡성한우를 직접 구입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가 돼 버린 것.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은 이 같은 횡성한우를 언제든지, 남들보다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바로 ‘1사1촌운동’의 힘 덕이다. “똥이 얼굴에 튀어봐야 추억이 되지.” 지난 18일 오전 11시 강원 횡성군 공근면 도곡리마을. 최성환(47) 이장이 소들을 이리저리 몰면서 짓궂은 장난을 친다. 마을의 1사1촌인 공단 직원들은 198㎡(60평)의 한우 축사 안에서 도망다니기에 바쁘다. 1사1촌 봉사활동을 나선 공단 직원들의 이날 임무는 축사 청소. 삽을 든 직원 10명이 30여분 동안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바닥에 쌓였던 진흙과 분뇨가 어느 사이인가 없어져 있다. 한바탕 청소가 끝나자 최 이장은 소에게 먹이를 주라며 건초를 한움큼씩 직원들의 손에 쥐어줬다. 직원 윤혜원(여·26)씨는 “소에게 먹이를 직접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방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소들은 큰 눈을 꿈뻑꿈뻑하며 잘도 받아 먹는다. 윤씨는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이곳 쇠고기에 대해 더더욱 믿음이 간다”며 “지난 설에 마을에서 횡성한우 쇠고기 5㎏을 구입해 부모님께 선물했는데, 올 추석 때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관복(36) 대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게 믿음 아니냐”면서 “횡성한우를 믿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횡성한우 쇠고기를 남들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공단 직원들만 누릴 수 있는 특전이다. 강철(45) 공단 차장은 “설과 추석 등 명절 때 여는 1사1촌 장터에서 횡성한우를 사면 시중가보다 10% 정도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1사1촌은 마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선 직거래를 하면 상인에게 팔 때보다 20% 정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열심히 키운 소를 제값에 팔지 못하는 축산농가들이 전국에 널려 있지만, 이곳 도곡리는 공단과의 직거래를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공단은 직거래를 통해 도곡리로부터 올해 상반기(1~6월)에만 무려 721만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첫 거래를 시작한 2006년에 비해 300만원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도곡리 주민들의 안정적인 소득이 뒷받침되면서 ‘친환경 횡성한우’ 생산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친환경 한우는 소에게 먹이는 사료까지 무농약으로 재배해야 하는 만큼 그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쇠고기 제품을 통해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소비자들이 이를 믿지 않으면 말짱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 최 이장은 “이분들과의 믿음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재배하는 무농약 옥수수를 먹인 최고급 횡성한우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축사 청소와 사료주기를 끝마친 직원들은 지난 2006년 결연을 하면서 근처 산 속에 심어둔 더덕을 캐러 갔다. 최 이장과 마을의 정병헌(67)씨는 직원들에게 더덕 싹을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더덕 수확에 나선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심봤다”하는 소리와 함께 굵은 더덕이 뽑혀 올려졌다. 정씨는 “이 분들이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을 믿고 가져가고, 우리 농사꾼들도 살 수 있다”며 “1사1촌을 맺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공단 직원들은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횡성 =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