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 설명을 덧붙여 보겠다. 신경생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론’에 따르면, 두뇌의 유연성이 있는 사춘기(10∼12세) 이전까지는 외국어의 발음을 그대로 뇌에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 이후 대뇌의 측면화(lateralization)가 시작되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국무장관으로 전 세계 외교무대를 주름잡았던 헨리 키신저는 15살에 미국으로 이민갔다.50세가 넘도록 독일식 발음을 버리지 못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영어를 못 한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한 문장을 사용했기 때문에 훌륭한 영어를 구사한다는 칭송을 받았다. 반기문 유엔총장도 마찬가지다.
그럼 그 오차 범위내의 발음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국제표준발음을 익혀야 한다. 영어는 국제적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국제어로 출신지에 따라 다양한 발음으로 말해진다. 히딩크 감독은 미국식과는 거리가 먼 유럽식 영어발음을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발음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인과 똑같을 필요가 없을 뿐 국제적으로 ‘교양 있는 영어’로 인정받는 ‘국제표준발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전에 의한 정확한 발음을 익혀야 한다. 언어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교양 있는 발음을 조사해 수록한 것이 사전에 있는 발음이다. 영한사전에 사용되는 발음기호는 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표준으로 삼는 국제음성기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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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발음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일본식 영어교육에서 발음 공포증을 물려받았지만 한국인은 영어발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어의 발음은 몇 가지를 빼고 거의 영어발음의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입 근육을 긴장시키거나 혀를 꼬지 말고 자연스럽게 발음하자.
넷째, 발음은 근육운동(muscular movement)임을 명심하자. 발음은 성대와 입, 혀, 입술, 이빨이 종합적으로 움직여 소리를 내는 근육운동이다. 마치 운동 연습과 흡사하다. 정확한 동작을 배운 다음, 완전히 몸에 배어 자동적으로 될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하면 누구나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다. 다음 회에는 국제표준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을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