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⑥우리은행의 안성 ‘배·깻잎사랑’

바보처럼1 2008. 9. 18. 10:57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무공해 배맛에 반하고… 깻잎향에 취하고
⑥우리은행의 안성 ‘배·깻잎사랑’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28일 오후 경기 안성시 대덕면 내곡 유별난 마을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깻잎을 따고 있다. 안성 = 김호웅기자

이종휘(오른쪽) 우리은행장과 송근목(왼쪽) 내곡 유별난 마을 이장이 친환경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는 배를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안성 = 김호웅기자
“삼겹살에 싸 먹으면 맛있겠네요.” “한번 먹어봐. 약도 안 친 진짜 무공해 깻잎이야.”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던 28일 오후 경기 안성시 대덕면 ‘내곡 유별난 마을’ 비닐하우스 안. 마을 노인들이 공동으로 재배하는 깻잎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이순우 수석부행장 등 우리은행자원봉사단 25명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앉아 폭염 속에서도 깻잎을 따고 있다. 이 행장도, 은행 직원도, 마을 주민도 모두 간편한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이다. 찜통 날씨에 비닐하우스 안은 한증막을 방불케했지만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연방 땀을 닦아내면서도 향긋하고 고소한 향에 취한 듯 깻잎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냥 먹어도 맛이 좋아.” 송남한(78) 할머니가 손에 쥔 깻잎을 건네자 김경옥(32) 대리가 그 자리에서 바로 맛을 본다. “와∼향이 참 좋은데요?” 이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벌써 손에 깻잎을 한아름씩 따들었다.

내곡 유별난 마을은 우리은행이 지난 2005년 4월 처음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다. 마을주민들은 유별나게 아름답고, 유별나게 성공한 마을로 가꿔보자는 의미에서 유별난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을 이름만큼이나 유별난 게 마을의 먹을거리다. 깻잎부터 시작해 배, 쌀, 땅콩, 포도 등 유별난 마을 주민들이 재배하는 농산물들은 거의 대부분 친환경농산물이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줘 키워내고, 농약도 일반 농가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조금 쓴다.

깻잎따기를 마친 임직원들이 이번엔 배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배는 쌀과 함께 내곡마을의 주요 특산물이다. 내곡마을 주민들은 산등성이마다 배나무를 심어 봄에는 하얀 배꽃이, 가을에는 금빛 배가 마을 산을 수놓는다. 수확을 두 달여 앞둔 배들은 천연유지에 싸여서 여물고 있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토양 보호를 위해 배밭 위에 덮어둔 건초더미를 정리한다.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농약을 적게 치는 게 내곡마을 배의 장점입니다.” 송근목(49) 내곡마을 이장이 이 행장에게 설명한다. “그래도 안성의 기후와 토양이 워낙 배농사에 적합해 수확한 배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박사영(61) 마을 부위원장이 덧붙인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매년 봄 이 배나무들을 분양 받아 가을이 되면 배를 따고 가족과 함께 수확한 배를 맛본다. 3년 전 처음 자매결연을 했을 때부터 마을을 방문했다는 이승민(36) 과장은 “가족들을 직접 데려와 배나무도 보여주고 배도 직접 맛보게 하는데 아이가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강석 실장은 “가을에 먹었던 내곡마을 배는 촉진제를 주지 않아 보통 배보다 작고 볼품없었지만 맛은 최고였다”며 “직원들은 저렴한 값에 신선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고, 주민들은 판로를 확보해 1석2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우리은행과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해 만든 ‘우리동산’에 소나무를 심는 작은 행사도 마련됐다. 우리은행 직원들과 주민들은 공터로 버려져있던 동산에 수도시설을 설치하고 국화꽃 500주를 심었다. 앞으로 잔디도 관리하고 산책로도 만들어 은행 직원들과 마을주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친환경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동산’에 모인 은행직원들과 마을주민들은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우리은행은 잔디 깎는 기계 2대를 마을에 전달했고, 마을주민들은 우리은행 로고가 부착된 ‘안성마춤 쌀’을 선물로 건넸다. 송수한(74) 할아버지는 “은행직원들이 친절해 의지가 되고 한가족 같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1사1촌 교류로 직원들이 마음의 고향을 찾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마을과 은행 모두에 유익한 방향으로 교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해거름 무렵 일을 마친 은행직원들과 마을주민들은 저녁식사로 준비된 삼계탕을 먹으러 송 이장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성=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