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⑦코엑스의 정선 ‘된장·약초 사랑’
바보처럼1
2008. 9. 18. 10:58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명품된장·청정채소…“웰빙 먹을거리 가득” |
⑦코엑스의 정선 ‘된장·약초 사랑’ |
방승배기자 bsb@munhwa.com |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강원 정선군으로 가는 길에는 장마가 버티고 있었다. 중부와 영동지방에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연이어 발령된 지난달 24일.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산 아래까지 내려온 비구름과 자욱한 물안개 때문에 앞을 보기조차 힘겨운 날이었다. 이날 오전 6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직원들을 태우고 출발한 자동차는 장대비를 뚫고 꼬박 5시간을 달려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마을에 도착했다.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들과 끝없이 넓은 감자와 배추밭.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푸른 먹을거리들이다. 전시컨벤션업체인 코엑스 직원들이 궂은 날씨에도 강원 두메산골을 찾은 것은 오는 11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앞두고 1사1촌 결연 주민들과 함께 전시할 먹을거리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다. 가목리는 정선군에서도 남동쪽으로 36㎞나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괘병산에서 뻗어 내린 백복령은 강원 남부지방의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경계가 되고 여름에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눈 축제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목리’라는 행정구역상의 명칭보다는 ‘백복령 눈꽃마을’로 자주 불리는 곳이다. “아이고! 비도 많이 오는데 먼길 오느라 너무 고생이 많았소.” 가목리에 도착하자 소나무로 멋지게 지은 이 마을 경로당에서 홍경식(45) 이장과 머리 희끗희끗하신 임동식(72) 노인회장, 전수희(47) 부녀회장 등 동네분들이 반갑게 맞아 줬다. 가목리와 인접한 도전리 일대에서 생산되는 모든 ‘먹을거리’는 웰빙 그 자체다. ‘녹색바다’를 이루고 있는 배추, 감자, 무 등 고랭지 작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품 된장 생산공장인 ‘메주와 첼리스트’가 바로 이 마을에 있다. 사방이 잣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3000개가 넘는 작은 항아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곳에는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이날 마을을 찾은 김석호 코엑스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을 포함한 직원들이 잠깐 짬을 내 된장공장에서 포장 작업 돕기에 나섰다. 구수한 된장, 쌈장 냄새가 풍기는 작업장에서는 아낙네들의 포장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장을 잘해야 시집도 잘 가는 겁니다.” 홍 이장이 농담을 건네자 코엑스 전시마케팅팀의 박금나(여·28)씨와 박교나(여·24)씨가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홍 이장이 “TV홈쇼핑에서 팔릴 제품들이니까 포장 잘 해야 돼요”라고 하자 김 본부장을 비롯해 코엑스 직원들의 손놀림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날 직원들은 포장작업을 마친 뒤 도완녀(54) ‘메주와 첼리스트’ 대표로부터 겹된장, 겹간장 등 장류제품들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목리 일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약초다. 인접한 도전리에 있는 백두대간 약초나라영농조합법인에 도착하자 안만기 대표는 “원래 이곳이 약초 팔아 자식들 공부시키던 곳이었다”면서 “해발 600m로 약초 재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초 전시장 등 볼거리뿐만 아니라 재배에서 가공까지 원스톱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이라며 “약초를 가공해서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홍 이장은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있을 직거래 장터에는 이곳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뿐만 아니라 약초를 많이 알렸으면 한다”면서 “특산품도 팔 예정이지만 이곳 산골분교 아이들의 사물놀이 공연 등 이곳 문화도 소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이 “코엑스는 서울 강남에서도 중심이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웰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곳 특산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전시컨벤션업체의 특장점을 살려 마을 특산물을 서울시민에게 열심히 홍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금나씨는 “4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 메기 치어 2만마리를 방사했는데, 이미 많이 자란 메기들이 마을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어 흐뭇했다”면서 “서울에 돌아가면 이곳 마을의 청정 농산물을 여러 사람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 = 방승배기자 bsb@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