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북 고창의 ‘수박 박사’ 김명환 씨

바보처럼1 2008. 9. 18. 11:02

<스타 농민>
‘수박 2기작’으로 年수익 1억원 “직장 다니던 아들도 돌아왔죠”
전북 고창의 ‘수박 박사’ 김명환 씨
김석기자 suk@munhwa.com

1기작 수박을 출하하고 2기작을 준비 중인 김명환씨가 지난 20일 휴지기 동안 새롭게 도전한 멜론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 고창 = 김석기자
“수박 2기작에 들어가려면 쉴 틈이 없어요. 수확하고 남은 수박 줄기 정리해야지, 퇴비 만들어야지, 새로 시작한 멜론 모종도 돌봐야지….”

수박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군 대산면 덕천리에서 지난 20일 만난 김명환(64)씨는 이달 말부터 시작될 수박 모종 준비와 새로 심은 멜론 재배에 여념이 없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작지만 단단한 체구의 전형적인 농부인 김씨는 지금은 고창에서 수박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처음에는 농사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전혀 농사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내가 가족들 생계를 짊어져야 하더라고.” 7남매 중 외아들이던 김씨는 가족 생계를 위해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농사라면 벼농사만 생각하던 당시 광주지역 사람들이 고창에 와서 수박을 키우는 것에 주목하고 1971년부터 수박 농사를 시작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김씨는 1970년대 중반 고창군 일대 야산 개발에도 참여해 수박밭을 늘려갔다. 당초 정부는 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소득이 나지 않자 1970년대 후반부터 수박 재배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현재 고창 수박은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수박 농사를 앞장서 개척해온 만큼 김씨는 재배 방식을 익히느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땅을 개간해 수박을 재배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고된 것은 물론, 비라도 많이 오면 수박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김씨는 “아픈 아내도 돌보지 못할 정도로 바빠서 아이들이 집안일을 해야 했다”며 “초등학생이던 큰아들이 세끼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쓰러지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노력 덕에 지금은 고창군에서 알아주는 수박 전문가가 됐다. 독성을 가진 풀을 이용한 자연산 살충제, 퇴비와 유채꽃 찌꺼기로 만든 퇴비 등 친환경 농법으로 2만3000여㎡(7000여평)의 수박밭에서 2기작을 통해 연간 1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큰아들이 수박 농사를 물려받겠다며 귀향했을 정도로 김씨는 개척정신과 남다른 노력으로 부농의 길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씨는 “1기작은 3월 하순에 시작해서 7월초에 수확하고 2기작은 8월말쯤 시작해 11월 중순에 수확하게 된다”며 “올해는 날이 좋아서 다른 때보다 농사가 잘돼 1억2000만원 정도 수익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창은 토양이 질 좋은 황토로 되어 있다 보니 여기서 자란 수박이 다른 지역보다 당도와 탄력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씨는 요즘 작목반 부반장을 맡아 주변 농가에 수박 재배 기술을 가르쳐주는 일도 맡고 있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해서인지 아들놈이 내 재배 방식은 구식이라고 핀잔을 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수박 2기작까지 남은 한달의 여유기간을 이용해 비닐하우스 3개동에서 멜론 농사를 시작하는 등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우직하리만큼 강한 개척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063-562-8674

고창 = 김석기자 su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