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②기업은행-방송인 박경림

바보처럼1 2008. 9. 18. 11:04

<‘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박경림 “곧 태어날 우리 아기에게도 1사1촌 가르칠래요”
②기업은행-방송인 박경림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경림(오른쪽)씨가 지난 1일 기업은행의 1사1촌 결연마을인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1리에서 기업은행 신입직원들과 함께 이 마을의 특산물인 고추 수확을 도우며 밝게 웃고 있다. 태안 = 임정현기자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1리. 조용하던 마을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대형 관광버스 6대에 나눠타고 등장한 220여명의 기업은행 신입사원들 덕분이었다.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정당1리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운동화에 모자, 우비까지 단단히도 챙겨왔다. 소나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새내기 행원들은 설렘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마을어귀에서 서울손님들을 기다리던 주민들의 주름진 얼굴에도 반가운 기색이 스친다.

정당1리 주민들과 기업은행 신입사원들이 서로 안부를 전하고 있을 무렵, 흰색 차량 한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기업은행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방송인 박경림(29)씨. 마을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여러분 입사를 축하합니다. 기업은행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뼈를 묻고 싶은 은행이에요.” 박씨가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새내기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 마을 유홍진(61) 개발위원장이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네”라고 운을 띄우자 여기저기서 ‘그러게∼’하는 말이 들려왔다. 미인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주민들의 성화에 박씨가 포즈를 취했다. 신입사원들도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박씨의 얼굴을 담기 시작했다.

마을 식당에서 따뜻한 쌀밥과 도토리묵, 된장찌개로 점심을 해결한 뒤 신입사원들 일부와 박씨가 마을회관 근처 고추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추는 육쪽마늘, 호박고구마와 함께 정당1리의 특산물 중 하나다. 비에 젖은 고추밭은 상당히 질퍽했지만 박씨와 신입사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바지를 걷기 시작했다.

“썩은 건 따지 말고 완전히 익은 것만 골라서 따야 해. 고추를 위로 들어올려서 따면 더 잘 딸 수 있어.” 유 위원장이 ‘고추 잘 따는 비법’을 설명했다. 전화숙(여·51) 기업은행 인사부장도 신입사원들에게 “빨간 것만 따, 아니면 감봉이야”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유 위원장을 거들었다.

박씨와 신입사원들이 한데 어울려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남영철(53) 이장이 “귀한 분이 고추밭에서 일해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시골 작은아버지 댁에 가서 밭일을 거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씨는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재빨리 거둬들였다. 평소 방송도, 학업도, 인맥관리도 빈틈없기로 소문난 그녀는 농사일에도 열심이었다.

처음엔 재잘재잘 떠들기만 하던 신입사원들도 어느덧 고추따기에 몰두해 있었다. 주민들에게 “제가 따는 방법이 맞는 거예요?”라고 확인해 가며 일하는 직원도 있었다. 태어나서 고추를 처음 따봤다는 신연범(26)씨는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여·24)씨는 “빨간 고추가 상품가치가 있다고 들어 빨간 것만 골라서 따고 있다”며 “평소 해보지 않던 일을 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남 이장은 “우리 마을은 바다에 인접해 있어 고추가 해무(바다안개) 속에서 자란다”며 “이 때문에 단맛과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확한 고추는 기계가 아닌 햇볕에 잘 말려 태양초 고추로 만든다. 고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환경과 손으로 하나하나 널어 자연 속에서 말리는 주민들의 정성 덕분에 정당1리의 고추는 전국 유명 백화점으로 납품되곤 한다.

일손돕기가 시작된 지 몇시간이 지나자 텅 비어 있던 자루가 싱싱하고 붉은 고추로 가득찼다. 남 이장은 “마늘 수확할 때에도 기업은행 직원들이 와서 도와줘 큰 도움이 됐었다”며 “이번 고추 수확 역시 일손이 부족하던 차에 유명 연예인인 박경림씨와 젊은 친구들이 와 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박경림씨는 “이렇게 농촌현장에 직접 와서 그동안 말로만 듣던 1사1촌운동을 직접 경험해보니 새삼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며 “앞으로 농민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우리 농산물을 더욱 열심히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전화숙 부장은 “신입사원들이 직장생활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 1사1촌 결연마을에서 우리의 농촌현장을 경험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아 정당1리를 방문하게 됐다”며 “부족한 일손도 돕고, 농촌체험도 할 수 있어 1석2조가 된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기업은행 고객만족부 관계자는 “올 추석에는 이번에 딴 태양초 고추를 구입해 은행 고객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라며 “오는 10월에는 고구마 수확도 돕고 마을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 =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