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엄마밥상] 산삼보다 좋은 가을 무

바보처럼1 2010. 3. 30. 03:23

[엄마밥상] 산삼보다 좋은 가을 무
어릴 적 어머니가 무를 수북이 쌓아놓으시고 깍뚝깍뚝 썰어 깍뚝기를 담그실 때면 옆에 턱을 괴고 앉아 무 한 조각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던 기억이 납니다. 시원한 단물이 배어 나오는 그 맛이 달콤하여 한 조각만, 한 조각만 더 달라고 보채곤 했었습니다.

옛날 농촌에서 무를 뽑으며 불렀던 무타령 노랫말은 힘든 노동을 흥겨운 타령으로 달랬던 선조들의 멋이 담긴 노래 가락입니다.

▲ 무국

“처녀에는 총각무, 부끄럽다 홍당무, 여덟아홉 열무, 입 맞췄나 쪽무, 이쪽저쪽 양다리무, 방귀 뀌어 뽕밭무, 처녀 팔뚝 미끈무, 물어봤자 왜무, 오자마자 가래무, 정들라 배드렁무, 첫날 신방 단무, 단군기자 조선무, 크나마나 땅따리무….”

예부터 무타령을 불렀을 만큼 무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오랜 된 먹을거리입니다. 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즐겨 먹지만, 서양에서는 즐겨 먹지 않습니다. 무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가난한 식탁의 상징으로, 영국사람들은 안주가 형편없을 때 ‘무와 소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원산지는 코커서스 남부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고려시대 때로, 우리나라에는 재래종인 조선무 계통과 단무지를 담글 때 쓰는 왜무 계통이 가장 많습니다. 둥글고 단단한 조선무는 길쭉하며 살이 연한 왜무보다 수분이 적고 영양가도 훨씬 뛰어나 김장용으로는 조선무를 사용하고, 단무지에는 왜무, 동치미용으로는 동글동글하고 길이가 짧은 무를 씁니다. 동양의 무는 뿌리가 거의 흰색이지만 유럽에서는 색깔과 모양이 다양합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늘 나오지만 봄과 여름철에 나오는 무는 싱겁고 물러 맛이 없고 늦가을에 나오는 무가 가장 맛이 있습니다.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무는 소화와 해독효과가 산삼보다 뛰어나다고 하여, 겨울 무는 보약보다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무의 주성분이 수분과 비타민A, 비타민C를 비롯해 갖가지 효소가 소화를 돕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먹을 때 무 초절임이나 무로 담근 물김치를 곁들이면 단백질 분해 효소인 에스테라제가 소화를 촉진해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생선회나 구이, 메밀국수를 먹을 때 무를 갈아 곁들이는 까닭은 식품의 산도를 중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 무의 영향을 찾아보면 무는 부종에 좋고, 귓병을 치료하며 타박상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한 소화불량과 심한 두통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신장이 안 좋아 몸이 붓는 경우 무즙을 수건에 적셔 하루 세 번씩 문지르면 부종이 빠지고. 무를 삶은(물러질 정도로) 물을 하루에 한 공기씩 마시면 가벼운 신장병 정도는 쉽게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천연 소화제인 무는 소화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소화기능이 안 좋은 사람이 늘 무를 먹으면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 늙은 호박조림

좋은 무를 고르려면 먼저 무의 모양부터 살펴야 합니다. 무는 모양이 길쭉하고 몸통이 고르며 들었을 때 묵직해야 맛있고 바람이 들지 않은 무입니다. 모양이 길쭉할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수분이 많습니다. 또한 여러 개를 살 경우에는 잘라 보아 구멍이 있는지 살펴보고 바람이 들지 않은 무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무를 고를 때는 무뿐만 아니라 무청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청에 진흙이 달려 있는 것이 가장 싱싱하고 맛도 좋습니다. 또 잎줄기가 짧고 털이 많이 나 있으며 잎의 색이 선명한 것이 부드럽습니다. 또 표면이 희고 매끄러운 것이 싱싱합니다. 무는 늦가을이 제철이므로 가을에서 겨울까지의 시기가 맛이 가장 좋습니다. 무는 단맛이 강해 샐러드나 무즙과 같이 날것으로 먹을 때 좋습니다. 지나치게 파란 것은 엽록소가 많으므로 잘라내는 것이 좋고, 가장 많이 쓰이는 가운데 부분은 오래 끓일수록 맛이 잘 우러납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무를 김치, 장아찌 등의 여러 용도로 이용하여 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인 무는 일 년 내내 다양한 품종이 나오는데 그 철에 맞는 김치로 담가 먹거나 김치 이외에도 국이나, 조림, 나물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되어 지금까지도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TIP

무국

■재료: 무 300g, 다시마 1조각, 대파 1/4대, 새우젓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무는 씻어 납작하게 썬다.

2. 대파는 송송 썬다.

3. 냄비에 무와 다시마, 물 3컵을 넣어 끓인다. 무가 부드럽게 익으면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대파와 다진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다양하게 만드는 법

새우로 간을 맞추어 시원하고 맑은국을 끓이거나 진한 맛을 원할 때는 참기름을 두르고 쇠고기와 무를 볶다가 끓인 후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진한 맛의 쇠고기 무국이 된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요리_ 늙은 호박조림

■재료: 늙은 호박 300g, 올리브오일 약간, 새우젓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검은깨 약간씩

■만드는 법

1.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납작납작하게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늙은 호박을 넣어 볶다가 물 1/2컵을 붓고 조려 호박이 익으면 새우젓을 넣는다.

3. 다진 마늘을 넣어 조린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검은깨를 넣는다.

■늙은 호박 다양하게 이용하는 법

가을철에는 밤, 대추, 견과류, 호박 등 각종 열매를 먹는 것이 보약입니다.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겨 죽을 끓여 먹거나 납작하게 썰어 볶아서 새우젓으로 간을 해도 좋고

무 대신 깔고 여러 가지 생선과 조려 먹으면 맛있어요.

또한 배추와 김치를 담가 익힌 후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아주 좋아요.


글_ 이미경 요리연구가

200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