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것

[가을빛] 꽃차 향기

바보처럼1 2010. 3. 30. 03:24

[가을빛] 꽃차 향기

가을에 만나는 꽃 그리고 차

올해는 참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많은 비는 습도를 몰고 와 나의 꽃차 방을 습격했다. 온통 흙으로 만들어진 꽃차 방은 무방비 상태로 습기의 공격을 당해야 했다. 방에 불을 넣고 선풍기, 제습기, 난방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방어를 했지만 결국 봄, 여름 공들여 만들어 놓은 꽃차 중 3분의 1을 잃었다.

대부분의 꽃잎들이 습기에 약하지만 유달리 더 예민한 잎들이 희생되었다. 꽃잎이 습기를 먹게 되면 색이 변하고 향이 변하고 성분이 변한다. 변해 있는 꽃차 봉지 안에서 나방들이 놀고 있다. 습도로 인해 생긴 수분에 미생물이 발생하여 애벌레가 생긴 것이다. 그래, 나방들아 너희라도 실컷 먹어라.

그러나 꽃은 비가 내려도 핀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가 와도 기후가 변해도 생태계에 이상 현상이 온다 해도 피어야 할 곳에, 피어야 하는 꽃들은 반드시 핀다. 야생식물, 자생식물, 귀화식물들 속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가지고 피어난다. 꿀벌들이 좋아하는 꽃가루를 만들며 인간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영양분을 만들며 또 제 각각의 성질과 맛과 멋을 부리며 세상 천지에 피어난다.

하늘거리는 미소의 코스모스

비 개인 날, 가을 들녘엘 나가 본다. 저만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비틀거리며 서 있는 내게 내가 할 일을 깨닫게 해준다.

▲ 코스모스 꽃차
요즘의 코스모스는 가을꽃만이 아니다. 이미 여름부터 피는 여름 코스모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는 가을에 어울리는 가을꽃이다. 왠지 여름 코스모스는 꽃차를 만들기도 내키지 않는다. 제철 과일이 몸에 좋듯이 제철에 피는 꽃에만 손길이 간다.

추영(秋英)이라는 약명을 갖고 있는 코스모스는 국화과이다. 6~10월에 흰색, 분홍색, 붉은색으로 피며 약용, 관상용으로 이용된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갑다. 청열해독(淸熱解毒)과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을 때 쓰인다.

여자라면 가까이 하고픈 구절초

▲ 구절초 꽃차
구절초, 여성이라면 멀리할 수 없는, 아니 멀리하면 손해 보는 꽃이다. 성분은 물론이고 향도 좋아 가을철에 즐겨 찾는 꽃차이다. 국화과로 8~10월에 흰색, 분홍색으로 피는데, 음력 9월 9일에 채취해야 약효가 가장 좋다하여 구절초라 부르며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선모초’라고도 한다.

구절초는 옛날부터 풀 전체를 채취하여 엮어서 매달아 두고 여인들의 손발이 차거나 산후 냉기가 있을 때에 달여 마시는 상비약으로 이용되었다. 성미는 쓰고 따뜻하다. 풍병(風病), 부인냉증, 위장병, 폐렴, 기관지염, 기침, 감기, 인후염, 고혈압에 효과가 있고, 은은한 향은 강장제, 식욕촉진제 역할을 한다.

가을 꽃차의 대명사 국화

▲ 국화 꽃차
국화는 가장 많이 음용되고 제일 많이 알려진 가을 꽃차이다. 한국·중국·일본에서 분포되어 자라며 종류도 500여 종에 달한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할 뿐 아니라 감기와 두통 및 현기증 등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외에 해열, 두통, 어깨 결림, 혈압상승 등을 막으며, 해독, 소염작용과 함께 혈액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국화의 성분에는 눈과 간 기능 회복에 좋은 비타민 A와 B1, 콜린, 스타키드린, 아데닌, 사포닌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성미는 쓰고 달고 맵고 서늘하다. 하지만 국화 자체에 강한 향과 독성을 정제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일러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겠다.

이름도 많고 쓸모도 많은 뚱딴지

▲ 뚱딴지 꽃차
원래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뚱딴지는 국화과 해바라기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우, 돼지감자, 뚝감자, 미국감자, 당뇨고구마, 캐나다감자, 예루살렘 아티초크, 토픽넘버라는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꽃은 국화를 닮았고 뿌리는 감자 또는 고구마를 닮았다 하여 국화감자, 국화고구마 등으로 부른다.

돼지감자는 독성이 없는 안전한 식물로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통적인 음식이며 꽃을 튀김해서 먹거나 잎과 줄기는 물로 달여서 차처럼 음용한다.

돼지감자는 덩이줄기가 못생기고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겨 뚱딴지로 부르게 되었다. 실제 돼지감자를 캐보면 동그랗게 생긴 것, 돼지 염통처럼 생긴 것, 바위처럼 생긴 것, 납작하게 생긴 것 등 매우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김새나 성품이 돼지감자처럼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가리켜 ‘뚱딴지’라고 부르기도 하고,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게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뚱딴지 같은 사람이라 하는가 보다.

돼지감자는 맛은 달고 성질은 차며 미네랄, 비타민, 효소, 코린, 베타인, 사포닌 등이 들어 있다. 돼지감자에 포함되어 있는 필수 아미노산은 오렌지주스나 포도주스보다 많다. 청열양혈(淸熱凉血), 활혈거어(活血祛瘀)의 효능이 있고, 골절, 당뇨병 등을 치료한다.

글_ 민정진 민정진 꽃차 연구소 (blog.daum.net/flola)·자료제공_ 월간 《다도》

200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