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농민-29>전국 산 돌며 꿀 1.5t 생산 경남 거창 이기준씨
바보처럼1
2010. 3. 30. 16:30
<스타농민-29> 벌통 500여개로 한해 2억 번다 |
전국 산 돌며 꿀 1.5t 생산 경남 거창 이기준씨 |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
벌을 이용해 꿀을 모으는 양봉(養蜂)으로 연간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농민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기준(48·경남 거창군 거창읍)씨. 이씨는 매년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1.5t 가량의 꿀을 모은다. 이씨가 전국에 만들어놓은 벌통만 500여개, 이를 통해 자연산 벌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해 2억원이 넘는다. 전국 양봉업자중 최고 수준이다. 이씨가 전하는 양봉의 매력은 수입의 안정성과 높은 부가가치. 꿀은 채소나 곡식처럼 가격이 폭등하거나 급락하지 않고, 축산업처럼 분뇨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씨는 “꽃피는 산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땅을 소유할 필요도 없고 임차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며 “간혹 오래 머무는 산은 주인에게 1년에 40만원 정도의 임차료만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씨는 1월 제주도의 유채꽃부터 시작해 경상도·경기도의 아까시꽃을 거쳐 10월 강원도 철원까지 꽃을 따라 전국을 누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농업고등학교를 나온 이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1976년 경남 거창으로 온 가족을 데리고 이주했다. 초지가 많은 거창에서 축산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 이씨는 “돼지·한우·염소 농장 등 가축이란 가축은 한번씩 다 길러봤다”며 “그러나 고생에 비해 돈은 별로 못벌고 분뇨와 냄새 등으로 인해 이웃과 갈등만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축산업을 하며 취미삼아 시작한 양봉이 투자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82년 아예 양봉업으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동네 주변에서 하던 사업이 커지면서 점차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93년 성충벌의 발육저하·수명단축을 초래하는 중국 가시응애병이 번져 기르던 꿀벌 대부분이 죽는 시련을 겪었다. 또 꽃들이 냉해를 입어 꿀이 거의 없는 해도 있었지만 워낙 투자비가 적어 큰 어려움 없이 견딜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씨는 최근 경상대 식품응용학과와 함께 7년여의 연구 끝에 벌집의 밀랍(蜜蠟·꿀을 짜낸 찌끼를 끓여 만든 기름)에서 프로폴리스(propolis)라는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꿀벌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침과 꿀·효소 등을 섞어서 벌집에 붙이는 프로폴리스는 천연페니실린이라고도 불릴 만큼 항균·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프로폴리스 30cc가 40만~5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고가품. 이씨는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치약을 만들어 농협을 통해 시판을 시작했으며, 화장품·사탕·껌 등의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이젠 농업도 가공과 판매가 결합된 2~3차 산업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사용가치가 적었던 전국의 밀랍을 수거해 각종 가공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2005-02-22 1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