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충남 논산 ‘곶감특구’ 햇빛촌 바랑산 마을

바보처럼1 2010. 3. 30. 17:30

<‘명품아을’로 농촌위기 넘는다 下>
10만그루 감나무에서 희망을 땄다
충남 논산 ‘곶감특구’ 햇빛촌 바랑산 마을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지난 27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 ‘햇빛촌 바랑산마을’주민들이 마을 곶감 건조장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을 손질하고 있다.
“6·25전쟁 때 지리산 빨치산이 토벌된 뒤에도 한동안 공비 잔당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곳은 외진 산골 마을이었죠. 워낙 오지라 주민들이 다랑논과 콩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별 볼일 없는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에 마을 전체에 활기가 넘칩니다.”

지난 27일 오전 대둔산 자락 바랑산 기슭 충남 논산시 양촌면 오산리 ‘햇빛촌 바랑산 마을’의 곶감 건조장에서 만난 주민 조영숙(여·50)씨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요즘 신바람 나는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조씨를 비롯한 마을 부녀자 10여명은 올해 새로 지은 곶감 건조장에서 지난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 수확한 감으로 곶감을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2층으로 지어진 건조장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한 10만여개의 발그스레한 선홍빛 곶감들이 6m 길이의 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바로 옆 부지에는 곶감을 급랭시켜 장기 저장할 수 있는 저온창고가 보인다. 40여일 넘게 이 마을의 맑은 바람과 햇빛으로 건조된 ‘양촌 곶감’은 30개들이 1상자에 2만5000원에서 최고 8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이 건넨 말랑말랑한 곶감을 먹어 보니 달콤함과 향이 여태 먹어 본 곶감 중 최고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다른 농민들은 모두 쉬는 한겨울이 농번기보다 더 바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120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이곳이 ‘스타 마을’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7년 행정안전부와 충남도가 지원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심은 10만그루의 감나무에서 희망을 찾았다. 이종열(61) 바랑산 영농조합 팀장은 “그전에도 감나무는 많았지만 껍질이 얇은 품종 특성 탓에 홍시를 만들 수도 없고 곶감을 생산할 수 있는 건조시설과 저온창고도 없어 땡감 상태로 헐값에 홍수 출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논산시에서 주민들이 낸 아이디어를 보고 정부와 충남도의 기반시설 지원 사업에 공모해 보라고 권유, ‘곶감 특구’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이 성공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 특산품인 국산 재래종 콩을 활용한 ‘된장 사업’도 함께 아이디어로 채택됐다.

주민들은 1인당 최고 300만원씩을 걷어 1억원 자본금 규모로 ‘바랑산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또 감 저온창고와 건조장, 된장 제조에 필요한 부지 등 총 2만여㎡의 사유지를 마을 발전을 위해 내놓았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곶감 제조·저장·상품 포장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체험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을회관 겸용 민박 및 식당시설 등이 속속 들어섰다. 지난 11월에는 된장을 만들기 위한 500여개의 장독대도 새로 마련했다. 새해 1월부터 마을에서 생산한 콩으로 메주를 쑤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도시민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마을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가을철엔 감 따기와 곶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겨울철엔 국산콩으로 메주와 된장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각각 마련했고, 이 마을의 명산 바랑산 등산코스를 정비해 생태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방학을 맞은 요즘엔 마을 논바닥에 썰매장도 만들어 놓았다. 이 밖에 짚신공예, 순두부 만들기, 감자·고구마·산나물 캐기 체험 등 4계절마다 풍성한 체험거리를 준비했다.

이종열 팀장은 “곶감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과거 땡감으로 팔 때보다 5배 이상 이익이 나고 있고 인터넷과 각종 자치단체 박람회 등을 통해 마을이 홍보되면서 도시민들이 우리 마을의 존재를 알고 체험 관광을 하러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은퇴 생활을 즐기기 위해 우리 마을로 이사 온 도시민이 생기는가 하면 땅값도 대지의 경우 평당 10만원에서 3년여 만에 30만원으로 올라 주민들 스스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노주 논산시 건축과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별 볼일 없던 우리 마을도 떴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이번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며 “양촌 곶감 특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이 같은 성공모델을 다른 농촌공동체로 확산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논산 = 글·사진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12-29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