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기우뚱

바보처럼1 2010. 3. 30. 17:58
  • 기우뚱

    정 우 영

    수많은 초록빛 혀가
    날름날름 햇살 받아먹는다.

    오래전에 죽은 너도 마른 혀 꺼내
    살금살금 바람 핥는다.

    휘둥그레진 시간이 경계를 허물고
    재잘재잘 대숲 흔들며 지나간다.

    액자 속 아버지가 졸음을 못 이기고
    기우뚱, 청명 쪽으로 몸 기울이신다.

    -신작시집 ‘살구꽃 그림자’(실천문학사 펴냄)에서

    ▲1960년 전북 임실 출생
    ▲1989년 ‘민중시’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시평 에세이 ‘아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