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 아이가 혹시 왕따?-당하고 있는지, 시키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
요즘 아이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따돌림을 시킨다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별일 없을지 엄마들은 걱정이 많다. 매일 마주치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따돌림과 상관없이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아이의 교우관계를 점검해보고, 친구 사이를 더 좋게 만들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하는 일이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한글을 떼고 입학하고, 간단한 사칙연산쯤은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입학한 다음에서야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학교를 마친 뒤에도 학원 몇 개쯤 돌아다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학교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아이들과 섞여 지내야 하는 공동체다. 그런 만큼 같은 반 친구들끼리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가 엄마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세대 엄마들이 학교 다니던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따돌림’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다. 반에서 좀 특이하고 유난스러웠던 아이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말이 어눌해서, 살이 쪄서, 키가 작아서… 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며 따돌린단다. 가끔씩 TV 시사프로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도, 따돌림을 조장하는 아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
사실 엄마세대 때는 1년쯤 학교 일찍 들어가는 일이 요즘만큼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들어가서 배우고, 시험이나 각종 대회에서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체발달이 나쁘지 않다면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일종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은 1, 2월생으로 생일이 빨라도 미리 입학시키기를 꺼려한다. 또래보다 1년 어리다는 것, 또 신체발달이 또래보다 조금 작아 왕따가 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엄마들의 고민은 점점 늘어만 간다. 초등학교를 보내고 나서도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단짝 친구는 누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 어느새 3개월째로 접어든다. 서먹서먹했던 학기 초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점점 더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새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단짝이 생기기를 바라는 건 엄마들의 욕심이다. 매일같이 꼭 붙어다니는 단짝이 형성되는 시기는 대체로 3~4학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친구를 사귀려면 상당한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도 잘 알아야 하고, 친구의 기분도 맞춰줄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서 내 욕심만 채우려고 해서도 안 된다. 친구가 바라는 것도 들어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같이 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1학년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사회적 기술과 정서적 깊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학교에 다녔을 뿐인데, 친구관계가 폭넓지 못하다거나 단짝이 없는 것 같다고 너무 빨리 판단해버려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아직 친구관계를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어제는 A와 잘 놀다가도 내일은 왠지 B와 더 놀고 싶은 것, 상황에 따라, 자기 기분에 따라 자꾸만 달라지는 것이 1학년 아이들의 친구관계이고 친구를 만드는 능력이다.
아예 친구들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짝이 없는 것 같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친구들 여럿하고 두루두루 잘 어울릴 수 있게 지켜보는 것이 현명하다.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해서 “너는 왜 친구도 못 사귀니?”라는 식으로 아이를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아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6년 생활의 극히 일부분만을 경험했을 뿐이다. 아이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아직도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