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詩人김용택 | 2007/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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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이 되던 해 나는 한 산골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있었다. 태어나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일이 내게 벌어진 것이다. 이 느닷없는 삶의 전환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싱그러운 스물한 살의 팽팽한 젊음은 그러나 산골 아이들 앞에서 너무나 심심했다. 까만 머리통의 아이들과 작은 들과 산은 내게 무료했고, 너무나 적막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심심하게 보내고 있는데, 그 먼 산골까지 책을 월부로 파는 사람이 나타났다. 내가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산 책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는 낮에는 동무들과 산에 나무 가고, 밤에는 도스토예프스키에 매달려 밤을 하얗게 지새우곤 했다. 그 해는 눈도 많이 왔다. 세상 가득 눈이 온 날 아침 나는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징검다리 위의 눈을 밟으며 강을 건너갔다 왔다. 겨울방학이 그렇게 끝나자 나는 전집 여섯 권을 거의 다 읽고 있었다. 학교로 가기 위해 차를 타러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은 그러나 내게 전혀 새로운 길이었다. 산과 들과 나무와 길과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내 걸음걸이가 방학 전의 것들이 아니었다. 뒷산에 있는 느티나무가 그렇게 큰 줄 나는 그때야 알았다. 앞산 산등성이를 비껴오는 아침 햇살은 눈부셨고, 산굽이를 돌아가는 아침 강물 소리는 새로웠다. 세상은 내게 그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신비롭던 그때를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눈부시다.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박목월 전집' '이어령 전집' '니체 전집' 그리고 한국문학 50권짜리 전집도 그때 읽었다. 아무도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전혀 낯선, 그러나 그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 같은 그 샛길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났다. 나는 날마다 나를 응시하고, 나를 신기해 했다. 늘 버리고, 무엇인가 설레는 그 무엇을 새로 얻었다. 그리고 나는 평생 농사를 짓고 사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다. 그분들의 아침과 그분들의 일과 놀이를 나는 보았다. 한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 그 동네에서 살다 죽어 그 동네 산에 묻히는 농부들의 삶은 내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마을과 내가 사는 이 나라와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나는 늘 새날이었다. 그런 날들이 지나고, 그런 생각들이 쌓였다. 늘 죽고 늘 태어났다. 사사로운 나의 가치들이 폐기되고 아름다운 공통의 가치가 내 속에 찾아와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5, 6년 지난 어느날 아침 나는 마루에서 뚤방으로 내려섰다. 뚤방 시멘트 바닥에 무엇이 떨어졌다. 코피였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던 달짝지근한 것, 그것, 그랬다. 내 것이 나의 목마름을 적셔주었던 것이다. 어느날 나는 방에 누워 멀거니 여기저기 쌓인 책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놀랐다. 그렇구나. 저 책을 사람들이 쓴 것이로구나. 그래, 맞아. 나도 글을 써 보아야지. 그리고 나는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나는 외로웠다. 내겐 아무도 없었다. 친구도 스승도 문학을 이야기할 그 누구도 내겐 없었다. 오직 나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면서 나를 키워갔다. 빈 방을 찾아온 달빛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글을 쓰는 일이었다. 힘이 들었다. 절망은 예고도 없이 수시로 나를 찾아왔고, 나는 어두운 저 절망의 나락 속에서 한 줄기 불빛을 살려내곤 했는데, 그것이 시였다. 그렇게 내가 산과 강에 내 몸을 모두 기대고 살기를 13년,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 어두운 산에서였는지 아니면 흐르는 강물 그 어느 굽이에서였는지, 내게로 시가 왔던 것이다. 내 몸이 환해지는 시, 암울한 내 청춘의 어둠 속을 뚫고 달려왔던 한 줄기 불빛 같은 시, 세상을 알아낸 것 같은 시, 시가 내게로 왔던 것이다. 그때 내 나이 서른 다섯 살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왜 문학을 하는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다만 살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섬진강 가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마을에 태어나 나는 이 곳의 모든 자연들과 갈등하고 화해하며 살았다. 나무가 나무로 보이고, 산이 산으로 보이고, 소쩍새 소리가 소쩍새 소리로 들리기까지 내가 겪은 수많은 날들이 나를 시인이게 했다. 나는 복을 타고난 사람이다. 늘 보던 산과 물이지만 늘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자연과 그리도 하얀 운동장에 나뭇잎 같은 아이들, 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시가 있었다. 내 몸을 빛내주는 시, 내 암울한 청춘을 훤하게 뚫고 지나온 그 빛나는 시, 누구도 못 말리는 사랑과 자유,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정신의 풍요로움. 나는 지금도 내 의지와 열정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로댕의 말이다. 문학을 왜 하는가? 살아야지. 죽어도 괜찮다는 하루를 나는 그냥 살 뿐이다. 문학은 최고의 삶을 사는 일이다. [한국일보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연재글 중 편집] 『 전북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났다. 소설책, 만화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1969년 순창농림고교를 졸업하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고 문학에 첫 관심을 가졌으며 박목월, 이어령, 서정주 등의 전집을 읽었다. 그는 발레리 시 중에 ‘바람이 분다/살아 봐야겠다’를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삶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되었다. 김수영의 《풀》을 읽고 작은 풀을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느낌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놀란다. 이때부터 김수영을 비롯하여 박용래, 김종삼, 황동규의 시에 심취했다. 이성부의 시집과 《해방전후사의 인식》, 잡지《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을 읽고 역사와 문학에 눈뜨게 되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시《섬진강》을 발표, 등단하였다. 그의 시 대부분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다. 그는 섬진강에 대하여“나의 모든 글은 거기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고 끝이 날 것을 믿으며 내 시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이기를 원한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초기 시는 주로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태에 비추어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이는 이성부나 고은의 시에 영향 받은 듯하다. 초기 연작시 《섬진강》의 지배적 이미지는 작가 주변 인물들의 서사적 이야기이며 대부분 긴 형태로 기도나 분노, 풍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1990년대 이후로는 《사람들은 왜 모를까》(문학사상사, 1997)와 같이 직관에 의한 서정성이 강조된다. 이 시는 소박한 진실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특이한 감응력의 시로 평가되었다. 그는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1969년 순창농림고 졸업 1970년 임실 청웅초등학교 옥석분교 교사ㆍ현재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 1982년 창작과비평사 발행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ㆍ1' 등 8편 발표 등단 시집 '섬진강' '꽃산 가는 길'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 편지' '그대 거침없는 사랑'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나비가 날아간다',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등 김수영문학상(1986) 소월시문학상(1997) 등 수상 [대표시 감상] 그리운 꽃편지1 / 섬진강 / 사랑하는 너에게 / 내사랑 / 불길 해지는 들길에서 / 그대생의 숲속에서 / 늘보고 싶어요 / 사람들은 왜 모를까 / 달이 떴다고 전화주시다니요 / 사랑이라는 땅 / 오늘도 / 참좋은 당신 / 내사랑은 / 11월의 노래 / 달맞이꽃 / 빗장 그리운 꽃편지 1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김용택 시인 대표작- 섬진강>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 2
저렇게도 불빛들은 살아나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 내리고 이른 아침 어느새 참으로 그날이 와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섬진강 5 - 삶 - 이 세상 우리 사는일이 저물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보낼 일이다. 버릴 것은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에 가물가물 살아나 밤 깊어질수록 그리움만 남아 빛나는 별빛같이 눈떠 있고, 짜내도 짜내도 기름기 하나 없는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 데 박고 날릴 불티 하나 없이 새벽같이 버티는 마을 등불 몇 등같이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새벽 강물에 눈곱을 닦으며, 우리 이렇게 그리운 눈동자로 살아 이 땅에 빚진 착한 목숨 하나로 우리 서 있을 일이다.
섬진강 10
전라도나 경상도 사랑하는 너에게 네가 잠 못 이루고 이쪽으로 돌아누울 때 나도 네 쪽으로 돌아눕는 줄 알거라. 우리 언젠가 싸워 내게 보이던 고운 뺨의 반짝이던 눈물 우리 헛되이 버릴 수 없음에 이리 그리워 애가 탄다. 잠들지 말거라 깨어 있거라 먼데서 소쩍새가 우는구나. 우리 깨어 있는 동안 사월에는 진달래도 피고 오월에는 산철쭉도 피었잖니. 우리 사이 가로막은 이 어둠 잠들지 말고 바라보자. 아,보이잖니 파란 하늘 화사한 햇살 아래 바람 살랑이는 저 푸른 논밭 화사한 풀꽃들에 나비 날지 않니. (아,너는 오랜만에 맨발이구나) 이제 머지 않아 이 얇아져가는 끕끕한 어둠 밀려가고 허물 벗어 빛나는 아침이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화창한 봄날 날 잡아 대청소를 하고 그때는 우리 땅에 우리가 지은 농사 쌀값도 우리가 정하고 없는 살림살이라도 오손도손 단란하게 살며 밖으로도 떳떳하고 당당하자꾸나. 그날이 올 때까지 잠들지 말고 어둔 밤 깨어 있자꾸나, 어둠을 물리치며 싸우자꾸나, 아침이 올 때까지 손 내밀면 고운 두 뺨 만져질 때까지 그리하여 다리 쭉 뻗고 곤히 잠들 때까지. 네가 뒤척이는 이 밤 나라고 어찌 눕는 꼴로 잠들겠느냐. 내 사랑 당신은 내 깊은 잠을 문득문득 깨웁니다 당신은 바삐 걷는 내 발길을 문득문득 멈추게 합니다 당신은 문득 내 생각을 가져가 버리고 문득 내 말문을 닫게 합니다 당신은, 그런 당신은 어떤 사람들이 용공이라 해도 내 사랑입니다 나를 찾게 해 주신 당신 내 당신께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발소리, 숨소리 죽이며 가시를 이고 갔습니다. 그러나 모든걸 불사하고 격렬히 달아갔습니다. 인생이 허무 위에 서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가 아름다워지고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존재, 고독, 아픔, 고요, 가난과 거기에서 오는 평화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는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영원히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세상에서 사철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꽃은 한번 피기가 어렵고 한번 피면 질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섬진강 이야기’의 시작, 산문집「정님이」펴낸 김용택 시인레이디경향 | 기사입력 2004.08.18 11:33 “섬진강은 내 시의 젖줄! 내가 사는 작은 강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신작 산문집 「정님이」를 펴냈다. 「정님이」는 절판된 아동물 「옥이야 진메야」 의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수정하여 다시 쓴 작품. 시인이 집필중인 ‘섬진강 이야기’ 가운데 가장 앞부분에 해당하는 「정님이」에는 그의 초등학교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50여 년 전 자신이 다녔던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용택 시인의 시가 있는 마을로의 초대. 전교생 53명에 교사 6명이 전부인 ‘미니 학교’의 2학년 담임 “늘 티격태격! 아이들과의 사랑 싸움은 질리지도 않네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 이 마을에서는 어느 집이든 문만 나서면 곧바로 섬진강이다. 한여름의 따사로운 햇볕이 물 위로 은가루를 마구 뿌려대는 섬진강 중・상류.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 속에는 푸른 하늘과 산 그림자가 잠겨 있고, 그 하늘과 산 위로는 고기들이 유유히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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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금록GUM ROK金鹿 / 블로그 / 詩人의 마을 / 2007.09.14 [원문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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