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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한 모퉁이에 자리한 장호항은 7번 국도가 숨겨 놓은 보석 같은 어촌마을 중 하나다. 맑은 초록빛 바닷물과 아담한 항구가 잘 어우러져 있다.2003년 TV드라마 ‘태양의 남쪽´의 촬영지로 잠시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여전히 외지인의 발길이 뜸해 어촌 특유의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20여년 전 처음 본 장호항의 기억을 여태 잊을 수 없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향하던 중 이름모를 해안절벽 위에서 만난 장쾌하고 도저한 풍광이었다. 용화와 장호 2개의 백사장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크고 작은 두 개의 반지를 이루고, 그 끝자락에 장호항이 보석처럼 들어 앉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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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서 삼척방향의 고갯마루에 선 장호용화랜드에서는 아름다운 장호항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장호용화랜드를 지나 산자락 몇구비를 돌면 만나는 고갯길의 전망대도 놓칠 수 없는 조망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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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경치가 좋아서 동해안 항포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억척스러운 어민들의 삶을 더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호마을(cyber.samcheok.go.kr/jhtown)에선 다양한 어촌 체험이 가능하다. 나룻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가 물안경을 낀 채 성게 등 해산물을 잡는 ‘창경바리 어업´이 관광객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체험프로그램. 이밖에 뗏배 어업 등 전통 어법 체험은 물론, 대구 지깅낚시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가격도 모두 1인당 2만원이어서 비용 부담도 덜하다. 잘 짜여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공로로 지난 5일 전국 최우수 어촌체험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새달 8일(음력 2월1일)엔 바람의 신 ‘영등할머니´에게 올리는 영등제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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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항을 비롯한 삼척의 해안절벽에는 신라시대 수로부인의 설화가 맺혀 있다. 내용은 이렇다. 경국지색의 용모로 뭇 남성들은 물론, 동해 용왕의 애간장까지 시꺼멓게 태웠던 수로부인이 강릉태수를 제수받은 남편 순정공과 함께 ‘7번국도´를 따라 부임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장호에서 삼척에 이르는 해안가 어디에선가 수로부인이 천길단애에 핀 철쭉꽃을 보며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침 암소를 몰고 지나던 한 노인이 선뜻 나섰다.
“짙붉은 바위 옆에/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꽃을 꺾어 받자 오리다.”
향가 ‘헌화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한데 왜 하필 노인이었을까. 미화되고 각색되는 것이 설화라고 보면 ‘훈남´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도 됐을 텐데 말이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속에 이런저런 의문들을 갈무리한 장호항에 시나브로 어둠이 깔렸다. 장호항의 저녁풍경은 꽃을 사랑하는 여인과 꽃을 바치는 남자가 등장하는 설화가 있어 더 멋들어지다.
글 사진 삼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 수첩(지역번호 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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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묘 :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주목받는 곳.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李陽茂) 장군의 묘소다. 숭례문 복원공사에 사용될 것이 유력한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570-3224.
▲해신당(海神堂) : 다양한 ‘남근(男根)´들이 모여 있는 성민속공원. 동해안 어민들의 생활상과 각 국의 성(性) 민속문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입장료 1500∼3000원.572-4429.
▲신리 너와마을 : 화전민들이 자연부락을 형성한 전통적인 산촌마을이다. 너와집과 물레방아 등이 잘 보존돼 있다.neowa.invil.org,552-5967.
▲대이리 동굴지대 : 천연기념물 제 178호로 지정된 곳. 대금굴과 환선굴 등이 일반에 공개되어 있다. 대금굴의 경우 홈페이지(samcheok.mainticket.co.kr)에서 사전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541-9266.
▲해안드라이브 : 총연장 58㎞에 달하는 삼척의 바다는 꼭 둘러보아야 할 드라이브 코스. 새천년해안도로 등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널려 있다.
▶ 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7번 국도→동해→삼척→동막→장호.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나들목→38번국도→제천방향→영월→정선→태백→삼척→장호. 구불구불한 강원도 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 맛집 : 삼척해수욕장 인근 바다마을은 곰치국을 잘한다.1인분 7000원.572-5559. 삼척항 내 삼정식당은 생태지리국과 해물탕이 자랑. 모두 2만∼3만원.573-3233. 삼척시내 정라횟집은 도루묵찜으로 소문났다.2만2000∼4만원.573-3670.
▶ 유용한 전화번호 : 삼척시청 관광개발과(tour.samcheok.go.kr) 570-3545, 장호1리 홍영기 이장 018)284-4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