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아름다운 동행-⑦탤런트 소이현과 SK에너지

바보처럼1 2008. 7. 7. 23:00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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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산골마을 가득 채운 ‘행복 에너지’
2부. 아름다운 동행-⑦탤런트 소이현과 SK에너지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탤런트 소이현(앞줄 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7일 SK에너지의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횡성군 공근면 어둔리에서 고추 수확을 도운 뒤 SK에너지 직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횡성 = 김선규기자
비는 하루 종일 그칠 줄 몰랐다. 20여명의 SK에너지 임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를 떠나 강원 횡성군에 있는 1사1촌 결연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차창밖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마을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웃 친척을 맞이하듯 반갑게 손을 내미는 마을 사람들과 “그동안 잘 지내셨죠?”라며 인사말을 건네는 SK에너지 임직원들은 누가 보더라도 오랜 정을 나눠온 가족 같았다.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인 횡성군 공근면 어둔리 마을. 예전 젊은 선비들이 한양으로 어사(御史)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산골짜기를 넘어넘어 가다가 잠시 진을 치고(屯) 한숨 쉬어간다 해서 어둔(御屯)리라 불리게 됐다는 이 마을은 그만큼 주변 산세가 가파르다. 마을에 상점 하나 없는 촌동네 중 촌동네다. SK에너지는 지난 2004년 8월 이 마을과 1사1촌 가족이 됐다. 그리고 매년 5, 6차례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바로 이날은 지난 봄 SK에너지 임직원들이 씨뿌렸던 옥수수를 추수하고, 발갛게 영근 고추를 따는 날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탤런트 소이현(22)씨가 검은색 밴에서 내리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아이고, 곱기도 해라. 뉘집 딸인지 참 곱다.” 마을 부인네들의 시샘(?)어린 감탄이 이어졌다.

소씨와 SK에너지 임직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비닐하우스 고추밭. 330㎡(100평)짜리 5동의 비닐하우스엔 추수를 기다리는 고추들이 끝없이 열려 있다. 김영철(44) 이장의 강연이 시작됐다. “빨간 놈만 따야 해요. 조금이라도 푸른 기가 있으면 그냥 둬요. 줄기는 꺾지 말고 꼭지째 따면 되지, 뭐.” 이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씨가 이장의 눈치를 본다. 그만 줄기를 끊는 사고(?)를 쳤다. 소씨는 혀를 낼름거리더니 줄기를 이장이 안 보이는 곳에 조용히 놓고 태연하게 일을 다시 한다. 이장의 농담이 이어졌다. “고추는 처녀보다는 아줌마들이 잘 딴대요. 소이현씨, 왠지 알아요? 저녁에도 방에서 고추를 따기 때문이랴. 허허허.” 소씨의 얼굴이 영근 고추만큼 빨개졌다. 젊은 일손들의 도움이 비닐하우스 주인인 태근만(80) 할아버지를 흐뭇하게 한다. “괜히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을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아. 멀리 서울에서 와서 도와주려는 마음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라며 웃는다. 이 마을 전체 30가구, 82명의 주민 중 한창 일할 30, 40대는 불과 11명. 20대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노인들이다.

점심에 막걸리 한사발씩을 비운 봉사단은 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땄다. 20여명이 달려들자 3시간만에 옥수수밭이 초토화(?)됐다. 수확한 옥수수는 SK에너지에서 자루당 1만원에 사간다. 씨를 뿌리고 추수도 하고 먹기까지, SK에너지 직원들은 이곳에서 우리 땅과 농산물을 사랑하는 농부가 된다. 사무실과 공장에선 맛볼 수 없는 산교육의 현장인 셈이다. 어둔리 사람들도 좋다. 농산물을 사주는 것도 고맙지만, SK에너지가 마을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단체 숙소를 이용하는 ‘팜스테이(Farm Stay)’를 통해서 만만치 않은 부수입을 건진다. 이 사업 이후 어둔리 주민들의 월평균 소득은 10만원 가량 늘어났다. 1사1촌이란 이런 것이다. 기업만 좋은 게 아니라, 농촌도 이득을 보는 ‘윈-윈(Win-Win)’ 사랑의 네트워크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비가 멈췄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은 하늘이 보인다. 옥수수 한자루씩 챙겨든 SK에너지 임직원들의 얼굴이 석양의 햇살처럼 화사하고 눈부시다. SK그룹이 그토록 강조하는 ‘행복경영’이 1사1촌 현장에서 실현되는 순간이다.

횡성 =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