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21)줄타기 장인 권원태씨

바보처럼1 2007. 8. 8. 21:22
▶한국의 名人◀ (21) 줄타기 장인 권원태씨
줄타기 명인 권원태씨
중요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권원태(39.안성 시립남사당풍물단 상임단원)씨. 권씨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 분)의 대역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이우성/문화/-전국부 gaonnuri@yna.co.kr">기사참조-/2006.12.12(안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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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줄타기는 아슬아슬 곡예하듯이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과 같습니다. 뼈가 부러져 가며 30년 동안 배운 줄타기 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줄꾼'이 될 겁니다"
세계적으로 40-50명, 국내에는 그 수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줄타기 고수'가 경기도 안성에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3호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권원태(39.안성시립 바우덕이풍물단 상임단원)씨다.

   권씨는 올해 1천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 분)의 대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줄타기 명인이다.

   권씨는 `왕의 남자'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생이 줄 위에서 연산군의 화살을 피하는 장면을 대역함으로써 유명세를 탓다.

   그는 지난달 경기도가 시상하는 `경기으뜸이'(9개분야 13명)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남사당전수관에서 줄타기 공연을 선보이며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경기으뜸이는 예능, 공예, 도예, 이.미용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매년 시상하는 상이다.

   부산 출신인 권씨는 열 살 때 줄타기에 입문해 전국 공연장을 돌며 30년 이상 줄을 탔다.

   현재 그는 `왕의 남자'의 흥행으로 각종 축제와 공연장시 `섭외 1순위'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오랜 기간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권씨는 "나는 스스로 광대라고 생각한다"면서 "30년이란 긴 세월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줄을 타고 전국 공연장을 다니면서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무명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창극과 풍물을 하던 예능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풍물과 줄타기 기술을 몸에 익혔다. 그렇지만 권씨는 '우리 것'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 때문에 몇번이나 줄꾼의 길을 포기하려 했다.

   1995년 결혼 후 사업을 시작했다 90년대 말 닥친 외환위기 여파로 빚더미에 오르는 등 숱한 시련을 겪은 끝에 그는 다시 '광대의 길'로 돌아왔다.

   이젠 2-5m 높이의 줄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며 걸쭉한 입담을 뽐낼 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수없이 줄에서 떨어지는 등 고통을 겪었다. 특히 2003년에는 줄에서 추락해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줄타기는 남사당 말로 '어름'이라고 한다.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사당에선 줄꾼을 '어름산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쉽지않은 줄꾼의 길이지만 해학적인 풍자와 몸짓으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는 등 묘미가 있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일개 `광대의 길'을 걷던 권씨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지금부터 3년전이다.

   안성시가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2002년 5월 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을 창단하고 그 이듬해 권씨를 줄타기 상임단원으로 채용하면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권씨는 이 때부터 매년 4월-10월 안성 남사당전수관에서 선보이는 토요상설공연에서 줄타기 묘기를 뽐낼 수 있었으며, 2004년 안성서 열린 세계 줄타기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주가를 한껏 높였다.

   이어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주인공인 장생의 대역으로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급 줄꾼'으로 발돋움했다. 이젠 각종 축제와 공연마다 줄타기공연 초청자 1순위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축제가 절정에 이르는 봄과 가을철엔 방송사 출연과 외부단체 초청공연 등으로 1주일에 6일 정도를 꼼짝없이 줄 위에 올라야 하는 고달픈(?) 몸이 됐다.

   여기에다 매주 토요일 안성 남사당전수관에서 정기공연을 소화하고 짬짬이 제자까지 가르쳐야 하는 그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를 정도"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유명세를 발판으로 각종 해외공연을 통해 민간 문화사절단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올해 독일월드컵 때는 베를린, 하노버, 라이프치히 등을 다녀왔다. 이에 앞서 아테네올림픽 공연(2004년)과 프랑스 10개도시 순회공연(2005년)에 이어 올해 초에는 홍콩축제에 초청돼 줄타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30여 년이란 세월과 함께 권씨의 입담엔 어느덧 세월의 무게와 연륜이 묻어난다.

   "여보게 메호씨(줄꾼과 재담을 주고 받는 이), 거 한번 올라오기 힘이 드는구나. 올라 오기는 올라 왔으나 저기까지 건너가기가 천리가 지척이요 지척이 천리로다"
공연때마다 권씨는 두개의 나무기둥(작수대)을 잇는 26m 길이의 외줄 끝에 서서 한숨처럼 이 대사를 토해낸다.

   장구, 태평소, 꽹과리, 징, 소고 등으로 구성된 풍물패의 신바람나는 장단에 맞춰 줄을 타는 그는 "이제야 조금 줄타는 맛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10-20대 때는 줄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이런 두려움과 잘해야지 하는 열정이 앞섰는데 30대가 되면서 줄타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해야하나. 줄 위에서 내가 관객들과 걸판지게 놀고 있더라구"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서 한발로 뛰기, 여자걸음 걷기, 코차기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삶의 여유가 있다.

   권씨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줄꾼이야말로 `진정한 광대'라고 힘주어 말한다.

   대가로 성장한 권씨에도 작은 바람이 있다. 그는 "후배를 양성, 줄꾼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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