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착각 가운데 하나가 ‘계산 능력을 충분히 기른 다음에 사고력을 길러야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연산은 별도로 훈련시키지 않아도 기본기만 갖추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학 성적으로 아이의 수학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계산 능력에 연연하다 사고력이 필요한 고학년 때쯤 되면 성적은 떨어지고 자신감도 잃게 된다.
이렇다 보니 의존하는 게 학원이다.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을 골라 푸는 방법을 알려 준다. 하지만 문제 유형을 익히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고, 문제 하나하나 꼼꼼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문제 유형과 방법을 외우다 보면 문제 해결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당장 성적은 오를지 몰라도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학원을 경쟁적으로 보내면서 선행학습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 학년보다 무리하게 앞선 공부를 하다 보면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익힐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돈 들여서 자녀 공부를 망치는 셈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