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스크랩] 4월이 오는 길목

바보처럼1 2006. 4. 3. 02:35

 

오늘도 나는 빈집의 수선화를 찾았다.

깜짝 추위에 놀라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제 몫을 잘하고 있는지 습관처럼 수선화 점검을 나섰다.

수선화, 제비꽃, 민들레, 동백등 모두가 깜짝추위를 잘 견뎌 동백은 더 붉게, 수선화는 노랗게

3월의 햇살과 두런거린다.

 

 

 

 

대문이 활짝 열린집에서 할머니께서 장을 담고 계셨다.

"할머니~"

 

"어디서 왔노?

리포터가?"

"아니요, 그냥 이것저것 찍으러 다녀요...... ."

 

"리포터면 방송에 내 좀 내 달라꼬, 살아 온 세월이 기가막혀서....... ."

"...... ."

 

"산골에서 부모없이 자라서 온갖 고생 다하고...... .

이제 자식들 다 잘됐고 개안은데...... ."

 

"할머니, 요즘이 장을 담는 철인가요?"

"어, 요새 담지. 잘 걸렀는데 티가 와 이래 많노~"

 

나는 지난주에 장을 걸렀으며 우리어머니는 아무래도 동짓달이나 섣달에 담은것 같다니 그렇게 담기도 한단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열흘전의 새댁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보이지 않는다. 천리향은 열흘 동안 부지런히 꽃을 피워 이제 그 향이 만리는 갈듯하고.

 

더 붉게 피어난 명자나무꽃을  담고 있으니 쥔장이 거든다.

"그 사진기는 보통거랑 다른겁니꺼?

오늘 이 꽃으로 전부쳤거든예~ 담에는 앵두꽃으로 부칠라캅니더, 그란데 이 꽃 이름이 뭡니꺼?"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 물으며 화전 부친 자랑을 한다.

대부분의 꽃은 먹을 수 있기에 명자나무꽃을 따서 전을 부쳤단다.

3월의 시골아낙이다.(사진찍히는 건 거부)

자랑을 하나 더 한다.

해당화와 비슷한 잎이 핀 나무를 가리키며 울릉도에서 온 귀한 꽃나무라고.(찜)

 

명자나무꽃집을 뒤로하고 마당 넓은 집으로 갔다.

넓은 마당은 민들레밭이다.

주인이 거주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동네의 많은 집들이 빈집이니 마땅히 누굴 잡고 물을 수도 없어서 나는 내집 드나들듯이 수시로 드나들며, 오늘은 민들레와 분홍겹동백을 담았다.

 

분홍 동백은 색깔이 애잔하여 더 깊은 사연이 있을것 같았지만 동백꽃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내가 이끄는대로 내 디카에 담긴다.

 

낮은 담장을 기웃거리니 열흘전에 햇살 고운 마루에서 바느질 하시던 할머니께서 머리를 매만지고 계시기에 할머니에게 갔다.

닷새장날이니 전기요금도 내고 장에 가시려고 단장중인데 예전에는 할머니댁이었지만, 지금은 팔려서 남의 집이라며 아드님이 사업을 한다고 팔았는데 다행히 달세 같은건 내지않고 거주하신다는데 할머니 생전에 편히 쉴 수 있는 따뜻한 집이길 바란다고 하였다.

"할머니~ 건강하셔야 하니까 많이 드세요!"

"하모~ 마이 무야 댕기제, 다리에 힘이 있어야 댕기제...... ."

 

시골이란 대부분 다 비슷하다.

자식들 장성하여 도시로 떠나고 대부분 어른들께서 홀로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그러다보니 빈집은 동네에 아기가 태어나는 것 보다 더 늘어나고.

 

할머니에게 인사를하고 혼자서 국도 2호선을 살팡살팡 걸었다.

 

봄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가 국도 2호선이다.

개나리와 벚꽃이 잘어울리며 걸어서 천리도 갈 수 있을것 같은 도로, 내가 어릴 때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도로!!

 

모르는 사람들은 유채꽃이라고 하기 쉬운 겨울초꽃인데 섣달, 정월달 추위 잘 견디고 해맑게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부른다.

 

벚꽃없는 진해는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진해시에는 변두리까지 벚나무다.

추위에도 꽃잎은 피어나고 만발한 개나리와 참 잘 어울리는 벚꽃과 국도 2호선, 차를 타고 가는것보다 걸어야 더 행복한 길인데 20여분 걸으면 시골의 닷새장이 있다.

 

 

 

 

이제 깜짝추위는 다시는 오지 않겠지.

많은 씨앗들이 들과 텃밭에 뿌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떡집에서는 쑥떡을 주문 받았다면 몇개 집어 먹어보라고 권하기에 두개를 먹고 조금만 팔 수 없냐고하니 주문이라 안된단다.

시골이다보니 많은 떡이 팔리지 않기에 대부분 맞춤장사이다.

 

 

작은 시골장이다보니 파장시간도 빠르다.

할머니의 얼굴에 세월이 묻었고 파장 시간이라 수고와 시름을 소주 한잔으로 달래신다.

"할매 찍어서 머할래~ "

 

아직 그리 길지 않은 하루, 그래도 곳곳에서 하루를 알뜰히 채우며 4월을 맞을 준비를 한다.

내일은 햇살이 더 고와 더 많은 봄꽃이 피어나겠지!

출처 : ‥Φ 실비단안개 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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