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

1920대 외국인이 본 조선의 기생

바보처럼1 2006. 4. 10. 01:33
 외국인이 본 조선의 기생

 

     1. 조선적인 기생이 되라!

 

                                                          木村一郞

 

 나는 한 여객(旅客)입니다.

 이번에 만주에 좀 볼 일이 있어서 장춘까지 가는 길에 경성에 잠깐 들렀었는데 마침 조선의 기생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고 하시니 생각나는 대로 두어 마디 여쭙겠습니다.

 

 내지(內地)에 있을 적에 저는 조선의 기생에 대해서 퍽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기생! 조선의 기생! 하길래 나는 조선의 기생은 퍽 아름다운 것, 옛날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선녀와 같이 아담하고 어여쁜 것이 조선의 기생이라 하여 조선의 기생에 대해서 한없이 아름다운 동경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기어코 조선의 기생은 꼭 한 번 보리라고 벼르고 별렀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일로 조선의 땅을 지나가게 되어 이번에는 꼭 벼르고 별렀던 조선의 기생을 구경하리라고 바쁜 중에도 억지로 하루의 여가를 만들어서 장춘 가는 길에 서울에서 하루 묵으려고 도중에서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거장에 내리던 길로 짐은 정거장에 맡겨놓고 명월관이라는 요리집에 들어가서 두 사람의 조선 기생을 불렀습니다.

 

 텅 빈 방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까 얼마 안 있다가 장지문이 바시시 열리더니 호화로운 비단 옷으로 몸을 감은 어여쁜 두 미인이 들어오더니 한 손으로 땅을 짚고 가만히 조선식의 예(禮)를 하더니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두 미인은 하나는 노란빛 저고리에 남빛 치마를 입었고 또 하나는 분홍 저고리에 흰 치마를 입었는데 보기에도 퍽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어여쁜 색시가 입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는 몰라도 조선의 의복은(더욱이 여자의 의복) 세계에 비길 데 없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는 윤택이 흐르게 얌전히 빗고 뒤에 보기 좋게 내려앉은 쪽에 금비녀를 꽂은 맵시라든지… … 손으로 빚어 놓은 것 같이 어여뻐 보이는 두 발 맵시는 확실히 조선의 기생만이 가지고 있을 미의 극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리던 기생… 아침에나 밤에나 항상 꿈꾸던 기생을 좌우에 앉히고 술을 마시니 어찌 그 술 맛이 나쁠 리가 있겠습니까?

 잘 먹을 줄도 모르는 술이건만 미인들이 권하는 바람에 꽤 많이 취하도록 먹었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밤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마음껏 유쾌히 놀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 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선기생은 어디까지든지 조선의 고유한 조선적 정서가 있어야 할 텐데 모든 것이 일본 것을 흉내 낸 것이어서 조선의 기생도 아니요 일본의 게이샤(일본의 기생)도 아닌 것 같은 때가 더러 있는 것입니다. 자기들은 물론 그것이 좋아서 하였겠지만 우리 외국 사람이 보기에는 아주 재미가 없습디다.

 

 일본에서 짠 하부다이 옷을 입는다든지 일본에서 만든 화장품 같은 것을 쓰는 것은 조선에 아직 그러한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일본에서도 비교적 하류사회에 많이 유행하는 속가(俗歌)(가고노도리나 가레스스기 같은 것)을 태연히 부르는데는 아주 한심해 못 보겠습디다.

 

 그날 저녁에도 한 기생이 자기가 가장 잘 한다는 듯이 「아이다사 미다사니 고와사모와 스레」하며 일본 노래를 부릅디다. 그 노-란 목소리를 들을 때에 아, 이것이 그리고 그리던 조선의 기생이던가 하고 실망의 탄식이 저절로 울려 나왔습니다.

 그 노래 소리를 들은 뒤부터는 하늘의 선녀가 별안간 행랑 뒷골목의 더러운 행랑어멈으로 변하듯이 그 기생들의 모양이 퍽도 천하게 보였습니다.

 

 세상일이란 모든 것이 생각하던 바와 실제가 딴 판이지만, 내가 아침저녁으로 꿈꾸던 기생은 조선에 나와서 기생을 친히 본 것으로 말미암아 아름답던 모든 공상이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서양 사람은 서양 사람의 특장(特長)이 있고 일본 사람은 일본 사람의 특장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선 사람도 또한 조선 사람의 특장이 있어야 할 것이니 세계에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미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조선의 기생들은 함부로 된 것, 아니 된 것, 남의 흉내 낼 생각은 좀 집어 치우고 어디까지나 조선의 고유한 아름다운 풍속을 따라서 영원히 조선적 정서를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2. 고상한 품격을 가지라

 

               미국(米國)  띄․와이․번쓰

 

 내지(內地)의 게이샤(기생)를 보고 놀란 나는 조선에 와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거리에서 아담한 맵시로 걸어 다니는 묘령(妙齡)의 미인을 많이 볼 수 있는 까닭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들이 기생이라지요.

 조선의 기생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키가 조그만 것이라든지 발 맵시가 어여쁜 것이라든지 걸음걸이가 퍽 온화한 것이라든지 모든 것이 인형같이 아름답습니다.

 그들과 사귈 기회가 없는 우리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실생활이 어떠하다든지 사람으로서의 그들이 어느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끔 길에서 보는 일입니다마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들 중의 어느 분은 길에 다니면서 껌을 찍찍 씹고 다닌다든지 혹은 지나가는 남자를 보고 히히덕대는 일이 종종 있습디다.

 그러한 것은 우리 외국사람 보기에도 썩 눈에 거슬려 보여서 아주 천한 생각이 듭니다.

 그와 같이 좋은 의복과 그와 같이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서도 몸가짐을 천착히 한다면 그야말로 은반(銀盤)위에 비지덩이를 굴리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만일 조선 기생의 한 사람이라도 아는 이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행동을 점잖게 하여서 고운 의복과 아름다운 용모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그리고 고상한 품격을 가져서 가장 훌륭한 조선의 기생이 되시오……라고

 

3. 예술적 기생이 되라

 

                     중화민국  王大名

 

 나는 조선에 나온 지가 거의 30년이나 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조선은 나의 제 2 고향이라 하여도 그리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옛날의 기생과 지금의 기생을 비교해 본다면, 옛날의 기생은 정중하고 고상하며 지금의 기생은 경솔하고 야비하다고나할까요.

 

 예기(藝妓)와 창기(娼妓)가 다른 것은, 예기는 문자 그대로 재예(才藝)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요, 창기는 아무 재예(才藝)가 없고 다만 육체만을 자본으로 삼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생이라는 것은 물론 예기의 명칭일 것이니까 기생이라면 다 제각기 자본이 될 만한 재예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요새 서울만 하여도 근 오백여명의 기생이 있다는데 그들은 다 각기 자랑할 만한 재예를 가졌습니까?

 

 근래에 들으니 가무(歌舞)를 잘 하는 기생보다는 얼굴에 분을 하얗게 바른 미인 기생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얼굴이 비록 잘 못생겼다 하더라도 그에게 훌륭한 재예만 있다면 그는 가치 있는 기생이요, 또 기생다운 기생이라 하겠으니 그의 생명은 길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몸에는 아무 재주도 없고 다만 젊은 나이에 얼굴 고운 것만 자랑한다면 그의 수명이 얼마나 길게 가겠습니까?

 

 이것이 소위 화초기생(花草妓生)이라는 것이니 화초기생은 일시적으로는 얼굴이 어여쁜 탓으로 잘 불릴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수명은 아침의 이슬과 같이 극히 짧을 것입니다.

 

 기생이 안 되었으면 모르겠으나 기생이 된 이상에는 춤이든지 노래든지 조선의 고유한 예술을 몸에 익혀서 참다운 기생, 기생다운 기생이 되시오. 그리고 아침이슬 같은 가치 없는 기생이 되지 마시오. 기생다운 기생은 예술적 기생이라 할 것이요, 육체를 유일한 자본으로 삼는 화초기생은 비예술적 기생이라 할 것이다. 이왕 기생이 되었거든 예술적 기생이 되어서 조선의 고유한 향토예술을 일으키시오.   

내용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우리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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