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온라인 전자상거래 ‘파수꾼’ 한국전자인증 신홍식 대표

바보처럼1 2008. 6. 6. 19:47

[비즈피플]온라인 전자상거래 ‘파수꾼’ 한국전자인증 신홍식 대표

2007 08/21   뉴스메이커 738호

한국전자인증 신홍식 대표(57)는 늦깎이 벤처인이다. 1997년 3월, 당시 47살의 나이로 벤처시장에 뛰어들었으니 나이로만 보자면 ‘벤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셈. 10년이 지난 2007년에도 여전히 그는 벤처인이다. 개인과 기업정보를 지키며 투명한 거래를 돕는 온라인상의 ‘파수꾼’을 자임하는 그는, 신기술개발이라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인다.

서울대 공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조지아공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이후 한국통신을 거쳐 동부정보시스템 대표이사까지 오른 그는 1997년 과감히 회사 문을 나섰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함’이었다. 그가 벤처의 첫발을 디딘 곳은 바로 로봇 인공지능사업이었다.

“대학 때 공돌이였으니 그 길을 살렸지만 로봇 인공지능 개발은 많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긴 시간을 요구하는 사업이라 생각만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는 그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온라인 인증시장이었다. 온라인상의 보안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온라인에서의 계약과 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 보지 못하는, 물건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거래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전자인증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만 해도 함부로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알려줄 정도로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인식이 무척 낮은 편이었죠.”

전자인증은 인터넷에서 전자상거래를 수행할 때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과 거래내역에 대한 쌍방의 부인 방지 대책 등에 필요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전자상거래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파수꾼이 되기로 결심한 신 대표는 은행에서 빌린 5000만 원을 밑천 삼아 1999년 3월, 국내 최초의 민간인증 기업인 한국전자인증을 세웠다. 사업 초기엔 전자상거래 분야의 기업용 솔루션, 보안 모듈, 웹 보안서버인증서, 개인용 이메일 보안 등의 다양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것은 시장 형성이 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사업성의 문제가 컸다. 정부에서는 공인인증서 가입자 수가 500만 명,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그 성과를 선전했지만 무료서비스를 실시하는 기업이 볼 때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인증을 포함한 글로벌한 인증센터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인증기업인 베리사인을 중심으로 40개 인증기관이 80개국에 걸쳐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베리사인의 공식파트너로 지정되면서 1800만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인증센터를 구축했다.

한국전자인증은 지난해 연말 국민은행의 인증사업을 확보하면서 사업 분기점의 상징성을 확보했다. 200만 증권고객을 확보한 코스콤, 40만 우체국 고객을 확보한 한국정보인증 등 거대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따낸 후발주자의 ‘놀라운 성과’이기 때문이다.

“PT에 다녀온 영업직원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더군요. 고객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할 말이 없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강조했죠. 우리에겐 차별화한, 고객감동의 서비스가 있지 않느냐고. 다른 기업이 고객 규모를 내세울 때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성과는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요.”

성과는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리스크 대비책 등 서비스 준비를 거의 마친 한국전자인증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입찰에 지원한 업체 사장 중 유일하게 참석한 신 대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현재 한국전자인증의 고객사는 공인인증서를 체결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과 전자세금계산서 및 계약시스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신세계몰, 아시아나, 삼성생명 등이다. 개인이용자들에게는 무료서비스를 하고 있고, 법인사업자들에게는 1년 단위로 시스템 이용을 계약하고 있다.

최근엔 베리사인의 프리미엄 보안서버 인증서 ‘EV 인증서’를 국내에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V인증서는 기존 SSL 방식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솔루션으로, 최근 기승을 부리는 금융사기 피싱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자가 그린 바를 통해 웹사이트의 실존성 여부나 보안을 더 쉽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인증서 발급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발급한 인증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죠. 인증사업이란 온라인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내에 한국전자인증을 가장 신뢰받는 인증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신홍식 대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는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보나비전’을 통해 로봇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인간이 편하고, 생활을 이롭게 하는 서비스 로봇에 주력할 참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