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서울로 간다는 소 -이 광수

바보처럼1 2006. 4. 14. 01:07

깎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런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 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 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곤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 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 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 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

 

 

 

 

 

<춘원시사집>1940수록

소의 예찬은 수필<우덕송>에도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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