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런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 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 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곤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 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 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 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
<춘원시사집>1940수록
소의 예찬은 수필<우덕송>에도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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