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윤장산(礎潤張傘)
어떤 큰 일이 벌어질 때는 반드시 전조가 있기 마련이다. 큰 병이 나기 전에 반드시 잔병을 통해 예고를 하듯이 세상의 모든 일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 옛 사람들의 지혜다. 결국 작은 징조를 분석하여 다가올 위기에 대한 방책을 세우면 그만큼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은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펴라는 뜻이며, 비유적으로는 상대의 작은 언행, 주변의 사소한 조짐에서 결과를 예측하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비가 오기 전에는 주춧돌부터 촉촉이 습기에 젖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외출 시에 주춧돌이 촉촉이 젖어 있으면 비가 올 것을 예상하고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즉, 작은 징조를 분석하여 다가올 위기에 대한 방책을 세우면 그만큼 위험이 줄일 수 있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다가올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춧돌이 젖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방향 감각을 잃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게 다가온 상황에 마음이 얽매여 상황 판단을 해야 할 눈을 가리고 있는 경우다.
이럴 때는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자신만의 안목을 가지고 철저히 분석하고 종합하여 생존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다면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그런 사람이 생명력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몇 년 전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경제 위기에 갈피를 못 잡고 방향을 잃은 사람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 소수의 사람들은 IMF 외환위기를 기회로 역전시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사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에 조짐은 있었다. 금융권의 부실이 자주 거론되고 외환 보유고가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늘어만 가는데 정부에서는 걱정 없다고 자신하였다. 이런 일련의 조짐을 정확히 판단한 사람은 소수였다. 주춧돌이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산을 준비한 사람들은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책을 강구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었다.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사천성의 대지진에서 이 사자성어가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는 것같다. 일례로 대지진이 있기 전 개구리 떼가 대이동을 시작했던 것도 하나의 조짐이었다고 하는데 손자병법 인생 13계을 통해 초윤장산이라는 1계(一戒)를 물경 기원 전에 정립한 바로 그 대국에서 대지진으로 도저히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엄청난 인명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이성을 가진 만물의 영장(靈長)으로서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섭리 앞에서 두꺼비만도 못한 예지력과 교만함은 자연을 지배하려고 온갖 칼질을 해 대는 우리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경외(敬畏)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검색/발췌/수필 2008.5월>
※손자(孫子, 기원전 544년경~기원전 496년경)는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본명은 손무(孫武)이며 손자는 경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