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포인트-①이천시 부래미마을

바보처럼1 2008. 7. 7. 21:06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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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농촌다움’에 반해 年 2만명 발걸음
1부.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포인트-①이천시 부래미마을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지난 12일 경기 이천시 율면 석산1리 부래미마을을 찾은 삼성SDS 임직원 가족들이 볏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드는 농촌체험을 하고 있다. 이천 = 김동훈기자
문화일보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한국 농업·농촌의 희망을 찾기 위한 ‘1사1촌운동’ 4차연도 특별기획 ‘1사1촌으로 FTA 넘는다’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3면에 게재될 이번 특별기획은 전문가, 유명 인사 등과 함께 1사1촌 현장을 동행 취재하는 등 1사1촌운동이 한국 농업의 FTA 극복을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입니다.<편집자 주>

경기지역의 작은 농촌 마을에 한해 2만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마을의 이름은 ‘부래미(富來美)’. ‘풍요가 찾아오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천혜절경도 아니고 청정계곡도 없다. 그런데 무엇이 도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것일까.

지난 2005년 12월 KOTRA와 1사1촌 결연을 한 부래미마을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송미령(4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동행해 마을을 직접 찾아갔다.

지난 12일 경기 이천시 율면 석산1리 부래미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내심 ‘애걔∼’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농촌체험관광으로 특화한 대표적인 1사1촌 성공마을이란 이야기를 듣고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 보통 시골 마을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집들도 평범한 슬레이트 지붕의 흔한 농가다.

송미령 연구위원은 “실망이죠?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아온 방문객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부래미마을의 참모습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마침 이 마을에선 삼성SDS 임직원 가족 110여명의 농촌체험이 진행중이었다. “와∼, 딸기밭이다. 딸기는 마트에서만 봤는데 정말로 줄기에 딸기가 달렸네.” 마을주민 김기인(40)씨의 비닐 하우스 딸기밭에서 탄성이 터졌다. 조은태(13)군은 빨간 딸기를 입에 쏙 넣더니 “아빠, 너무 맛있어. 딸기도 향기가 있네”라고 외쳤다. 송 연구위원은 “부래미는 개발 바람을 타지 않아 농촌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그게 이 마을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마을 규모가 작아 주민들간 결속력이 강한 것도 성공비결이다. 안성 이씨 집성촌인 부래미마을 주민은 30가구 76명이 전부다. 지난해 이 마을을 찾은 농촌관광객이 2만1000여명이었다고 하니 주민 1명이 도시손님 276명을 맞이한 셈이다. 체험비용은 1인당 2만원으로 잡으면 연간 4억2000만원에 달한다. 주민 1인당 552만원의 농업외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이 천연염색의 재미에 푹 빠졌다. 엄마·아빠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도자기 교실의 아이들은 ‘작품’을 빚느라 얼굴 표정이 진지했다. 송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들어온 귀농·귀촌자 중에 사물놀이 전수자, 도예가, 천연염색가가 있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풍부해졌다”며 “주민들이 열린 사고로 외부인들과 조화와 협력을 이룬 것이 부래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어이, 상머슴 나 좀 보게.” 멀리서 한 주민이 이기열(61) 이장을 불렀다. 부래미마을은 다른 농촌마을에는 없는 독특한 ‘직책’이 있다. 상머슴, 질머슴, 마당쇠 등이 그것. 상머슴은 이장님이고 질머슴은 농산물 품질관리 책임자, 마당쇠는 마을홍보 담당자다. 송 연구위원은 “주민들이 간부들의 통솔로 일하는데 ‘머슴’으로 불러 상하의 고압적인 분위기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일을 하면 철저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것도 부래미의 성공포인트다. 마을규약을 정해 주민 모두에게 도농교류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 송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할머니 사업단’은 음식 만들기, 마을 청소를 하는데 그때마다 현금이 지급된다”며 “이같은 공동참여와 공정분배, 인센티브가 부래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부래미에서는 정부의 정책지원금도 효과적으로 쓰인다. 2003년 ‘녹색농촌 체험마을’ 지원자금 2억원으로 체험관을 지었다. 2005년에는‘정보화 마을’로 선정돼 주민들 대부분이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올해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예산 19억원으로 마을의 숙원사업인 공동숙박시설을 짓고 있다. 부래미라는 정감 넘치는 브랜드도 마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했다.

송 연구위원은 “부래미 같은 농촌마을이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주민들도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농촌다움’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고 서비스 품질을 일정수준 이상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천 = 이제교·음성원기자 jkle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