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 포인트-③강원 화천군 토고미마을

바보처럼1 2008. 7. 7. 21:16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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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 운동>
‘친환경 농산물’로 소비자 지갑 연다
1부. 전문가가 꼽은 10대 성공 포인트-③강원 화천군 토고미마을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삼성전기 직원과 자녀들이 지난 5월26일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화천군 상서면 토고미마을에서 볏짚으로 새끼를 꼬는 체험을 하고 있다. 화천 = 김동훈기자
“자, 이 오리가 우리가 먹을 쌀을 만들어준단다.”

이승휘(51) 토고미4마을 이장이 아이들에게 작은 오리를 한 마리씩 안겨주며 말했다.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 삼성전기 직원과 자녀들이 지난 5월26일 강원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에서 농촌체험활동에 나섰던 것. 쌀이 많이 나 품을 팔면 쌀로 보상해줬다 하여 토고미(土雇米)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이다. 마을 이름처럼 쌀이 이 마을의 경쟁력이다. 토고미마을은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토고미오리쌀’ 등으로 연간 18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협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의 조완규(47) 교수부장, 김병욱(46) 교수와 함께 토고미마을을 찾았다. 마을의 성공비결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토고미마을은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을 ‘삼성의 날’로 정해 삼성전기 직원들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해주는 등 1사1촌 결연을 단순한 도움 받는 관계로 이해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 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상표(49) 삼성전기 상무도 거들었다. “토고미마을과의 교류가 1사1촌 모범사례로 소개되면서 삼성전기가 얻은 무형의 소득은 무척 큽니다. 지난 2005년에는 도농교류 우수기업으로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까요.”

한쪽에서는 삼성전기 직원과 자녀들이 산천어 잡기에 푹 빠졌다. 삼성전기 직원 강일구(33)씨는 “아들(7)과 함께 오리도 만져보고 산천어도 잡아보니 아주 즐겁다”며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쌀을 살 때 토고미 마크를 확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토고미마을을 한 번 찾은 임직원중 이 마을을 재방문하는 비율은 무려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고미마을 1사1촌 교류의 강점은 이같은 삼성전기와의 관계처럼 탄탄한 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부장이 입을 뗐다. 토고미마을에서 운영하는 ‘나눔의 농사가족’이라는 독특한 회원제시스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적교류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라는 물적교류로 이어진다는 게 조 교수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20㎏에 7만원인 토고미오리쌀은 보통 쌀에 비해 3만원 정도 더 비싸 소비자의 믿음이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고미오리쌀이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지갑을 연다는 이야기다.

“토고미는 마을을 찾는 회원들에게 오리체험을 통해 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보여주고, 산천어 잡기 등 농촌체험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회원들은 또 마을의 밭에서 마음껏 미나리를 뜯어갈 수도 있어요. 이 같은 회원 관리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시켜 소득을 올리는 것이 토고미의 독특한 전략입니다.”

이처럼 회원제시스템을 도입하고 삼성전기와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마을 소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삼성전기와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온 것이 큰 힘이 돼 마을 전체 소득이 지난 2002년 9억원에서 올해는 18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껑충 뛰었다.

이와 함께 도농교류 사업에 마을 주민이 폭넓게 이해하고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토고미의 성공포인트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무농약 오리쌀 재배와 회원제를 선도했던 주민이 다른 마을 주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며 설득해낸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농산물 판매가 전체 소득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마을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농외소득의 확대가 절실하다. 조 교수부장은 “토고미는 지리적 여건상 수도권 주민에게 당일 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만큼 사람들이 하루 이상 머물 수 있는 농촌휴양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천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