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32)우리 포도로 와인 제조 김지원 대표

바보처럼1 2008. 7. 8. 08:06
<1사1촌 운동-스타농민>
집념·뚝심으로 밀어붙여 지난해 3억7000만원 소득
(32)우리 포도로 와인 제조 김지원 대표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와인도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 그대로 우리 입맛에 맞는 게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우리 입맛엔 우리 포도로 담근 와인 맛이 프랑스 와인 맛을 능가한다고 확신합니다.”

신토불이 와인 시장을 개척해온 그린영농조합의 김지원(43) 대표. 그가 8년전 국내에서 키우는 대표 포도 품종인 ‘캠벨얼리’로 와인을 만들겠다고 하자 프랑스 와인 맛에 길들여진 전문가들은 다들 손을 가로저었다. 지난 3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그린영농조합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당시 주변 반응을 묻자 “시음을 부탁하기 위해 와인을 꺼내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 포도 품종으론 어림도 없다며 아예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들려줬다. 정작 그 자신도 모두 외국산 와인만 찾는 분위기에서 과연 신토불이 와인으로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두려웠을 정도.

하지만 우리 포도로 담근 와인 맛에 대한 확신과 뚝심 하나로 밀어붙인 결과 지난해 2만5000병을 팔아 3억7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와인을 만들어 2년간 숙성시킨 후 2003년 9월 ‘그랑 코토’란 브랜드로 판매를 처음 시작한 지 4년여만의 결실이다. 브랜드 이름인 그랑 코토는 우리말로 옮기면 ‘큰 언덕’이라는 뜻으로 대부도를 의미한다. 그린영농조합은 올해 공장을 새로 지어 6만병을 생산해 매출 10억원을 올리고 내년엔 10만병을 출하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와인 생산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데다 숙성 기간만큼 자금 회전도 더뎌서 농가에서 도전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50여농가가 모여 자체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판로를 개척해 2년전부터 흑자를 내는 것은 우리로선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영농조합은 조합원인 50여농가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구입가인 ㎏당 1400원씩을 주고 지난해 포도 80t 정도를 구입해 와인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배당보다는 제값을 받고 포도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 50여농가가 경작하고 있는 포도밭은 대부도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특히 대부도는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해풍으로 포도 당도가 높아 예부터 명산지로 이름난 곳. 당도가 최고 22브릭스(brix·물 100g에 녹아있는 당분의 양)까지 나와 여타 포도 품종(평균 14~16브릭스)을 압도한다. 그린영농조합에서 만드는 와인이 떫은맛이 거의 없는 것도 이처럼 포도 자체가 달기 때문. 해외에서 와인을 담그는 포도 품종은 대개 떫은맛 때문에 포도 자체를 먹지는 못한다.

김 대표는 “육류가 주식인 해외에선 느끼함을 없애주는 떫은맛의 와인이 입맛에 맞겠지만 담백한 음식을 주로 먹는 우리 입맛엔 떫은맛이 적고 단맛과 향이 강한 우리 와인이 제격”이라며 우리 포도로 만든 제품으로 와인 본고장에 진출할 날만을 고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032-886-9873

안산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