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31)콩 재배-두부 생산 年매출 47억 차진범 대표

바보처럼1 2008. 7. 8. 08:04
<1사1촌 운동-스타 농민>
우리 콩 직접 재배해 원료로 전자동 첨단위생시설로 생산
(31)콩 재배-두부 생산 年매출 47억 차진범 대표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100% 우리 콩만 쓸 겁니다.”

차진범(53) 우리콩식품 대표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우리콩식품의 주생산품은 이름 그대로 우리 콩을 원료로 만드는 두부다. 차 대표는 올 한해 매출액이 47억원에 이르는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이면서 3만㎡에 직접 콩을 심고, 틈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김매기를 하는 ‘농민’이기도 하다. 주름이 깊게 파인 두툼한 거친 손을 보니 농민이 틀림없다.

지난 26일 경기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 우리콩식품 공장. 두부 생산과정을 설명하는 차 대표의 표정에서 신바람이 묻어난다. “먼저 콩에서 돌을 골라내고 씻어야 합니다. 그리고 7~8시간 정도 불리지요. 다음은 옛날 할머니들이 맷돌로 갈듯이 콩을 분쇄합니다. 끓여서 살균하는 가열과 여과과정을 거치면 콩국물이 됩니다. 여기에 간수 작용을 하는 응고제를 넣어 압착하면 두부가 되지요.”

우리콩식품의 두부 생산과정은 전자동이다. 온도와 시간, 농도에 한치 오차도 없도록 컴퓨터로 제어된다. 생산라인은 벽과 천장 모두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다. 반도체 공장처럼 클린룸을 거쳐야만 라인에 들어갈 수 있다. 머리카락 한올,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클린룸이다. 차 대표를 포함해 23명의 직원이 하루에 만드는 두부는 5000모 정도. 지난 4월에는 첨단위생시설을 갖추느라 17억원을 투자했다. 일본의 ‘유기농 먹을거리를 먹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ICOOP)’에서 매년 견학을 올 정도다.

“여기까지 오기까지에는 한국생협연대와 두레생협연합의 도움이 컸습니다. 물론 그 뒤엔 우리 먹을거리를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소비자들이 있었던 것이죠. 값싼 외국콩의 대량 수입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리콩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노고도 있었고요.”

우리콩식품은 일반판매는 하지 않는다. 두부와 유부, 비지 등 생산품을 전량 한국생협연대와 두레생협연합에 납품한다. 30여만명의 회원들이 그때그때 주문하면 우리콩식품은 생산을 하고 생협은 배달을 하는 구조다. 콩이 두부가 돼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에는 24시간, 길어야 36시간을 넘지 않는다. 무엇보다 화학성분이 전혀 없는 친환경 유기농 신토불이 음식이다.

차 대표는 1988년에 유기농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우리밀 빵공장을 하다가 93년부터 우리콩을 원료로 만드는 두부에 전념했다. 초창기엔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사업자금을 모두 날리기도 했다. 지금도 매출액의 5%가 순익이지만 여전히 23억원의 빚이 남아 있다. 돈이 모일 만하면 위생시설에 쏟아붓느라 살림은 항상 ‘그럭저럭’이다. 수입콩보다 4배나 비싼 국산콩만을 쓰는 고집도 빚이 좀처럼 줄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차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식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돈에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며 “그래야 농민도 살고, 나도 살고, 소비자들도 산다”고 말했다. 031-358-4111

화성 =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2-28